배우 경력 39년에 16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동아연극상(70·71·85년), 백상예술대상(70·81·85년)등을 휩쓴 ‘한국의 여배우’ 박정자(60).그녀가 19세 미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연극 ‘19 그리고 80’(연출 장두이)은 자살 충동에 빠진 19세 남자가 변덕스럽지만 유쾌한 80세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도발적인 내용이다.하지만 확 터지는 불꽃보다는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처럼,조용하고도 슬프게 사랑과 삶을 관조하는 작품.콜린 히긴스 감독의 영화로 컬트의 고전으로 불리는 ‘해럴드와 모드’가 원작이다.
80세 여인 모드 역을 소화하느라 머리에 은분을 바르고 헐레벌떡 나타난 박정자는 “신부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운을 뗐다.“진짜 여든살이 될 때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올리고 싶습니다.그러다 그 내용처럼 여든번째 생일 날 삶을 끝내고 싶어요.제 욕심일까요?”
김혜자·김주승 주연의 1987년 초연작을 보면서부터 줄곧 이 작품을 맘에두었다는 그녀.“작품이 환경친화적이에요.모드는 소유욕이 없는 인물이고요.제가 지향하는삶이 바로 그런 겁니다.” 그리고 이 ‘꿈의 연극’을 올리고자 3년간 상대역 해럴드를 찾았다고 했다.
까다로운 대선배의 연인으로 낙점된 행운의 주인공은 이종혁(28).97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서푼짜리 오페라’ ‘오! 해피데이’ 등 작은 뮤지컬무대를 거쳤다.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긴 하지만 서울공연예술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실력파.잘 생긴 외모 덕에 올해 초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가 이번 역을 맡은 데는 제작자 윤석화(46)의 힘이 컸다.“제가 연출하는 ‘토요일 밤의 열기’ 오디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배우였어요.전 가능성 있는 후배를 볼 때 살이 떨립니다.노래·연기가 만점이었어요.춤 실력이 떨어져 ‘토요일…’의 주연으로는 일단 유보했지만요.” 윤석화의 ‘보는 눈’을 믿고 박정자는 그 매력적인 젊은이를 새 연인으로 맞았다.
“하늘 같은 선배와 일하게 돼 영광”이라며 수줍은 듯 말을 아끼는 그 앞에서 대선배 둘은 연신 농담을 주고받는다.“이건 비밀인데요.입술 키스신이 있어요.연습 중에도 모드는 황홀해 한다는 소문이있던데…”(윤석화) “귀까지 빨개졌다는 얘기를 듣곤 해.그게 배우의 권리이자 축복이지.(기자에게)억울하면 배우 되세요.”(박정자)
키스할 때 진짜 떨리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정자는 “나는 그냥 뻔뻔스럽게해.사실 남자 주인공이 더 떨지.”라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이종혁은 아직 연기는 미흡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습으로 선배 못잖은 연기를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제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몇 안되지만 쉴 틈 없이 한 우물만 팠습니다.”
아직 모드 역을 소화하기에는 나이가 덜 찼다고 말하는 박정자.“인생을 좀 더 살면 모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서 80까지 계속작품을 올리고 싶은 거고요.” 윤석화가 바로 끼어든다.“저보고는 ‘너한테 더 어울린다.’고 했잖아요.멋진 배우와 연습하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나 보죠?(웃음)”
장난스럽지만 원숙미 넘치는 배우 박정자,언제나 꿈을 먹고 사는 듯한 제작자 윤석화,덜 익었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배우 이종혁.이들이 선보일 연극 ‘19 그리고 80’은 새달 9일부터 3월16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날 수 있다.(02)3672-3001.
김소연기자 purple@
연극 ‘19 그리고 80’(연출 장두이)은 자살 충동에 빠진 19세 남자가 변덕스럽지만 유쾌한 80세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도발적인 내용이다.하지만 확 터지는 불꽃보다는 서서히 꺼져가는 촛불처럼,조용하고도 슬프게 사랑과 삶을 관조하는 작품.콜린 히긴스 감독의 영화로 컬트의 고전으로 불리는 ‘해럴드와 모드’가 원작이다.
80세 여인 모드 역을 소화하느라 머리에 은분을 바르고 헐레벌떡 나타난 박정자는 “신부처럼 가슴이 설렌다.”고 운을 뗐다.“진짜 여든살이 될 때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올리고 싶습니다.그러다 그 내용처럼 여든번째 생일 날 삶을 끝내고 싶어요.제 욕심일까요?”
김혜자·김주승 주연의 1987년 초연작을 보면서부터 줄곧 이 작품을 맘에두었다는 그녀.“작품이 환경친화적이에요.모드는 소유욕이 없는 인물이고요.제가 지향하는삶이 바로 그런 겁니다.” 그리고 이 ‘꿈의 연극’을 올리고자 3년간 상대역 해럴드를 찾았다고 했다.
까다로운 대선배의 연인으로 낙점된 행운의 주인공은 이종혁(28).97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서푼짜리 오페라’ ‘오! 해피데이’ 등 작은 뮤지컬무대를 거쳤다.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긴 하지만 서울공연예술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실력파.잘 생긴 외모 덕에 올해 초 팬클럽까지 생겼다.
그가 이번 역을 맡은 데는 제작자 윤석화(46)의 힘이 컸다.“제가 연출하는 ‘토요일 밤의 열기’ 오디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배우였어요.전 가능성 있는 후배를 볼 때 살이 떨립니다.노래·연기가 만점이었어요.춤 실력이 떨어져 ‘토요일…’의 주연으로는 일단 유보했지만요.” 윤석화의 ‘보는 눈’을 믿고 박정자는 그 매력적인 젊은이를 새 연인으로 맞았다.
“하늘 같은 선배와 일하게 돼 영광”이라며 수줍은 듯 말을 아끼는 그 앞에서 대선배 둘은 연신 농담을 주고받는다.“이건 비밀인데요.입술 키스신이 있어요.연습 중에도 모드는 황홀해 한다는 소문이있던데…”(윤석화) “귀까지 빨개졌다는 얘기를 듣곤 해.그게 배우의 권리이자 축복이지.(기자에게)억울하면 배우 되세요.”(박정자)
키스할 때 진짜 떨리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정자는 “나는 그냥 뻔뻔스럽게해.사실 남자 주인공이 더 떨지.”라며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이종혁은 아직 연기는 미흡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습으로 선배 못잖은 연기를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제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몇 안되지만 쉴 틈 없이 한 우물만 팠습니다.”
아직 모드 역을 소화하기에는 나이가 덜 찼다고 말하는 박정자.“인생을 좀 더 살면 모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서 80까지 계속작품을 올리고 싶은 거고요.” 윤석화가 바로 끼어든다.“저보고는 ‘너한테 더 어울린다.’고 했잖아요.멋진 배우와 연습하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나 보죠?(웃음)”
장난스럽지만 원숙미 넘치는 배우 박정자,언제나 꿈을 먹고 사는 듯한 제작자 윤석화,덜 익었지만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배우 이종혁.이들이 선보일 연극 ‘19 그리고 80’은 새달 9일부터 3월16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만날 수 있다.(02)3672-3001.
김소연기자 purple@
2002-12-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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