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악단지휘자와 대통령

[굄돌]악단지휘자와 대통령

오병권 기자 기자
입력 2002-12-16 00:00
수정 2002-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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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다.대통령의 역할은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너무도 흡사하다.역설적으로 대통령은 단원들의 집중적인 성토의 대상이 되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집중적 성토의 대상이지 않은가!

지휘자가 어찌하여 성토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교향악단 단원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자신들이 더 많은 경험과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지휘자는 연습할 때 어설프게 준비해서 지휘봉을 흔들다가는 여지없이 집중포화를 맞는다.뿐만 아니라 대충 지휘봉을 흔들면 오히려 지휘자가 없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태반이다.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대다수 국민은 삶의 터전에서는 자신들이 바로 전문가라고 믿는다.어설픈 정책 결정으로는 전문가 국민의 집중적 포화를 면할 수 없다.심하면 나라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알고 있다.

경험 많은 단원들이 어떤 이유로 뛰어난 지휘자에게 철저히 복종하게 되는가를 알게 된다면,이는 바로 뛰어난 대통령의 노하우를 깨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단원들의 존경을 받는 지휘자들의 공통점은 여느 단원들보다 뜨거운열정으로 음악을 접한다는 것이다.다음으로 단원들은 자신의 파트에 집중하지만 뛰어난 지휘자는 음악 전체의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단원들의 역할을 그 구조에 맞도록 적절히 통제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더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통제로 얻은 음악적 결과가 단원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고,그 결과 단원들과 지휘자 사이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절대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대통령들은 국민에게 엄청난 통제를 요구했다.그러나 국민이기대하는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좋은 ‘지휘자’가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이번에 우리가 선출하는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분이기를 바란다.그리고 한가지 덧붙인다면 지극히 문화를 사랑하는 대통령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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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권 서울시교향악단 기획실장
2002-12-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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