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돌보는 ‘대학생 슈바이처’/대전 을지의대 동아리’나누리’회원

노숙자 돌보는 ‘대학생 슈바이처’/대전 을지의대 동아리’나누리’회원

입력 2002-11-29 00:00
수정 200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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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조금 뒤처지면 기다려주면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 해요.”

대전역 앞에서 노숙자 등을 상대로 진료활동을 펴 ‘대학생 슈바이처’로불리는 대전 중구 목동 을지의대 봉사동아리인 ‘나누리(회장 李惠蓮·24·본과 2년)’ 회원들은 격주로 수·토요일 역앞 진료소로 갈 때면 이같은 생각을 되뇐다.

27일 오후 6시,수업을 마치고 대전역 앞 ‘희망진료소’에 막 도착한 이들은 접수,안내,혈압·혈당 체크,예진,약 포장 등으로 바빴다.진료는 밤 9시까지 계속됐다.역 공안에게 쫓겨 지하상가나 역 광장에서 어슬렁거리던 노숙자,역전 윤락녀,1평 남짓한 방에서 하루하루 날품을 팔아 살아가는 쪽방생활자 등 50여명이 이날 이들로부터 따뜻한 진료를 받았다.

이 회장은 “험한 생활로 감기,당뇨병,고혈압,간경화 등을 많이 앓은 사람들을 치료는 해주지만 병든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나누리가 생긴 것은 지난 97년.개교와 함께 입학한 의대와 간호학과 학생 5명이 ‘이 세상 모든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사랑과 건강을 나눠주겠다.’는 취지로 이 동아리를 만들었다.처음에는 진료소가 없어 역 광장 등에서 진료해오다 99년 인도주의의사 실천협의회 대전지부 등이 역 주변에 진료소를만들자 합류했다.10평짜리 진료소가 생기고 활동이 왕성해지자 나누리 회원도 50명으로 불어났다.

회원인 고승제(25·본과 4년)씨는 “가끔 대기 중에 술주정을 하거나 욕설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환자들도 있어 처음에는 여자 회원들이 무서워했다.”며 “하지만 이들과 자주 대하면서 기꺼이 보듬어 안을 정도로 친숙해졌다.”고 말했다.이젠 ‘약이 떨어진지 오래됐을 텐데 왜 이제야 오느냐.’고 핀잔을 주고 노숙자들도 ‘저번에는 왜 안 왔어.’라며 먼저 아는 체할 정도가 됐다.얼굴을 아는 노숙자가 안 오면 안부를 묻고 걱정도 한다.

나누리 회원은 지난달 학교에서 축제가 열릴 때 3일간 일일찻집을 운영,68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회원들은 이 돈을 노숙자와 쪽방생활자들을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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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천열기자 sky@
2002-11-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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