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베푸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당]베푸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조경란 기자 기자
입력 2002-11-27 00:00
수정 2002-11-2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최근에 일본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격년으로 열리는 이 심포지엄이 끝난 후 참관기를 쓰기 위해 지난번 일본작가 호시노 도모유키가 쓴참관기를 읽어보았다.

그는 이 ‘한·일문학 심포지엄’이 “자신의 세계관이 바뀌는 듯한 체험이었다.”고 토로하고 있었다.그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깨닫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한·일 양국 작가들의 작품을 서로 교환하여 읽고난 뒤 창작 과정의 내밀한 문제를 토론함으로써 양국 문학의 현재적인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이 목적인 심포지엄이 후년엔 기약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우리 쪽에서는 여러 기관의 후원을 받아 참여했으나 일본 쪽의 사정은 그렇지가 못했다.

후원해 줄 만한 곳을 찾지 못한다면 일본 쪽에서는 후년에 이 모임에 참가할 수 없고,그렇게 되면 십 년 동안이나 지속되어 온 ‘한·일문학 심포지엄’은 중단될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양국 작가들이 만나 서로의 문학에 관해대화하고 특별한 체험과 문학적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져버리고마는 것이다.

이런 곤란한 문제가 우리 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건 여러 가지로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유행이라면 뭐든 딱 질색하는 사람이지만 최근 나는 ‘기부 문화’에 관해생각해 보게 되었다.뭐든 한가지 알기 시작하면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들어오는 모양이다.나는 기부문화를 이끌어가는 ‘아름다운 재단’이라는 단체가 있는 줄도 몰랐고 기부 사이트가 확산되고 있는지도 몰랐다.그만큼 기부라는 것은 여유있고 풍족한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연평균 1인당 기부액은 9만 8000원이며 전 국민의 57%가 기부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니 사실 우리 국민들은 기부에 관해 호의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그 57%에 나는 단 한번도 끼어본 적이 없긴 하지만.

모 광고회사로부터 광고 섭외를 받았을 적엔 그냥 웃고 말았다.지면광고에비하면 출연료도 그리 적은 건 아니었다.그래도 거절했다.얼마 후 다시 연락이 왔는데,이번엔 그 쪽에서 말하는 컨셉트란 게 달라져 있었다.출연료도 대폭 줄어들었고출연하는 사람도 ‘일하는 여성’중심으로 100명이나 된다는것이었다.게다가 출연료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적은 그 출연료마저 절반의액수는 기부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었다.…기부라고? 그때쯤에선 나는 차마 거절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리고 나는 내 어머니와 상의를 했다.

독실한 불자이긴 하지만 아등바등 살림하기에도 빠듯한 어머니가 절에 기부한 가장 큰 금액은 삼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었다.그동안 글을 쓴다고 사회에 이름을 내걸고 살아오긴 했으나 나는 기부라는 건 해본 적이 없다.수해가 났을 때도 성금을 모금하는 ARS 다이얼을 누른 사람도 내가 아니라 어머니였다.

광고회사 직원과 통화를 하는 사이,많은 생각들이 흘러갔다.섭외를 하는 사람도 ‘거마비 정도’의 출연료라고 했지만 그 금액은 보기에 따라 적은 금액이 아닐 수도 있으며 또 거기서 절반을 기부한다는 건 기분좋고 흐뭇한 일이었다.그리하여 나는 생전 처음 내 노동을 통해 기부라는 걸 해보게 되었다.

헨리 데이빗 소로는 “가장 커다란 행복은 한해가 끝나갈 무렵,바로 그때가 시작하던 때보다 나았다고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이제 곧 거리에나타날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우리의 기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기부문화가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이다.‘누림에서 나눔으로’의 확산 운동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옆에 있는 사람이 외롭거나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잘못이다.

조경란 소설가
2002-11-27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