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동대문운동장

[씨줄날줄] 동대문운동장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2-11-23 00:00
수정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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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역사의 현장에서 퇴장해야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닌가 보다.70년 넘게 스포츠 승부를 통해 한국인에게 환희와 탄식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서울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이 내년부터 주차장으로 바뀐다고 한다.낡고 작아 이용자가 거의 없는 시설을 거액의 수리비를 들여 유지하기보다는 폭주하는 주차장 수요를 충당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란 판단을 서울시가 내린 모양이다.

한때 국내 최고의 종합경기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동대문운동장이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서울 잠실에 올림픽주경기장이 완공되면서부터다.서울을 대표하는 시설로서 걸맞았던 ‘서울운동장’이란 이름이 ‘동대문운동장’이란 이름으로 격하됐던 것도 이때부터다.그 이전까지 ‘서울운동장’은 육상,축구,야구,테니스,배구,수영 경기의 종합시설로 한국 스포츠의 요람이었다.월드컵 열기로 이어진 프로 축구의 열기가 시작된 곳도 이곳이었고 한국 프로야구를 탄생시킨 곳도 이곳이었다.프로 경기뿐만 아니라 프로 야구의 밑거름이 된 고교야구대회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이었던 연고전(延高戰)등 아마추어 스포츠에도 동대문운동장은 문호를 활짝 개방하였다.그 시절 뜨거웠던 경기의 순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축제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뿐인가.수만명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 없었던 광복 직후 동대문운동장은 대규모 군중 집회 장소로 유일한 곳이었다.이 때문에 1945년과 1946년에는 찬탁대회와 반탁대회가 열리기도 했다.또한 석가탄신일 연등대회가 이곳에서 시작되는 등 각종 시민축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현재 동대문운동장은 야구장은 고교야구나 실업야구 경기장으로,축구장은 생활체육공간이나 학생 체력측정 장소 정도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향후 활용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남산과 동대문패션타운을 잇는 문화상업지구의 중심축으로 교통광장화하자는 의견,동대문패션상가의 중심광장으로서 도시공원화 하자는 의견,현재와 같은 생활체육시설로 유지·발전시키자는 의견들이 그것이다.

이번 축구장의 주차장화는 한시적인 조치로 오는 2005년 이후 활용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측의 설명이다.1926년 ‘경성운동장’으로 출발한 체육시설 동대문운동장 자체가 살아있는 체육의 역사일 것이다.그 역사성을 살린 활용방안 논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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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위원 yshin@
2002-11-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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