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 숲길 산책/ “여긴 아직 가을이네”초록세상 숲의 향연

제주 비자림 숲길 산책/ “여긴 아직 가을이네”초록세상 숲의 향연

임창용 기자 기자
입력 2002-11-21 00:00
수정 200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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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는 ‘느림과 멈춤’에 있다.시간에 쫓겨 헐떡거리며 사는 도시인들에게 여행의 여유로움은 막히기 직전의 숨통을 틔워주고도 남는다.

여행 중에서도 숲길 걷기는 여유로움과 사색의 기쁨을 준다.그러나 날은 추워졌는데 눈이 내리기 전인 요즘은 숲을 찾기에는 좀 어중간한 계절.이럴 때 좀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아직 가을 기운이 한창인 제주의 숲길을 찾아볼 만하다.

가을 끝자락에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을 찾았다.바깥 세상은 이미 가을을 넘어 겨울에 바짝 다가서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초록세상’이다.가끔씩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계절의 시계’노릇을 할 뿐이다.

이곳 비자림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이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원시성’.14만여평의 드넓은 숲엔 500∼800년 수령의 비자나무 수천그루가 다양한 상록 활엽수들과 어우러져 약간은 음산한 느낌마저 준다.

상록 침엽수인 비자나무는 예부터 고급가구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그래서 훼손도 심했다.그나마 이만큼 살아남은 것은 ‘비자나무를 베면 큰벌을 받는다.’는 이 지역 주민들의 믿음 덕분이란다.

비자나무 사이에선 생달나무 후박나무 까마귀쪽나무 예덕나무 등 쉽게 보기 힘든 활엽수들이 자라고 있다.바닥엔 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몇가지 식물과 착생 난초들이 자란다.비자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착생식물은 고목을 가득 덮다시피 감고 있는 콩짜개덩굴.콩자반처럼 동글동글한 잎이 반짝반짝 윤을 내며 가득 달렸다.6월쯤 꽃이 피는 콩짜개난도 콩짜개 덩굴과 섞여 있지만 드물어 찾기가 어렵다.

어떻게 상록수초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자생해 울창한 숲을 이루었을까.비자림을 관리하는 북제주군 관광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다랑쉬오름 등 3곳의 오름 사이에 위치한 특유의 지형과 습한 토지 덕분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즉 바람과 추위의 영향을 덜 받고,아무리 가물어도 조금만 파면 물이 나오는 토지가 상록수초들이 군락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비자림을 나와 1112번 도로를 타고 한라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15분쯤 가니 울창한 삼나무 숲길이 나온다.이곳 삼나무 숲은 자생숲인 비자림과 달리 인공으로 조림한 곳.길 양편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삼나무들이 키자랑을 한다.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내려 숲 속을 기웃거리니 햇볕이 잘 안들어 한낮인데도 꽤 어둡다.삼나무가 특히 빽빽한 구간은 1112번 교래 사거리를 지나 11번 도로와 만나는 2㎞ 구간.이곳에선 드라이버들이 우연히 지나다가도 한번쯤 차를 세우고 걸어 보는 구간이다.

길 가를 걷다 보니 ‘숲속에 좁다란 오솔길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든다.마땅한 산책길이 없다 보니 많은 이들이 잠깐씩 내려 길을 따라 잠시 걷다가 차로 되돌아간다.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쌉쌀·시원한 성게국 별미-렌터카 대여 LPG車 유리

●가는 길

제주도는 타원형 섬의 특성상 일주도로와 몇개의 횡단도로만 이용하면 모든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비자림은 제주시를 기점으로 할 때 97번 동부관광도로∼대천동사거리∼1112번 도로∼송당사거리 구간을 거쳐 찾아가면 편하다.서귀포 쪽에선 11번(5·16)도로∼교래사거리∼1112번 구간을 거처 가면 된다.

삼나무 숲길은 제주·서귀포 양쪽 모두 1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1112번 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맛집

비자림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면 일출봉으로 유명한 성산이다.

일출봉 밑 ‘해뜨는 식당’에 가면 제주의 별미 성게국을 맛볼 수 있다.얇고 잔 미역에 노란 성게알과 파를 넣어 끓여 내는데 쌉쌀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1인분 7000원.(064)782-3380.

●렌터카 이용

제주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렌터카는 필수.따라서 반드시 운전면허증을 지니고 가야 한다.

21세 이상에 운전경력 1년 이상이면 빌릴 수 있다.차량보험 가입 여부와 접촉사고 흔적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서를 받는다.차량엔 연료가 80% 이상 들어 있으므로 돌려줄 때 그만큼 채워줘야 한다.휘발유 차보다는 가스(LPG)차량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제주 전역에 가스 충전소가 16곳 있어 불편하지 않다.

대여료는 24시간 기준으로 1500㏄는 8만3000원,2000㏄ 9만 7000원,12인승 승합차 12만 8000원 정도.요즘처럼 비수기에는 20∼40% 깎아준다.

동양렌터카(064-911-8288)의 경우 차종에 관계 없이 40% 깎아주고,무료 감귤따기 체험,가족중 1인 승마체험,펜션 20% 할인 등을 묶은 ‘드라이브 패키지’상품을 운영한다.
2002-11-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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