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기교로 버무린 시편들 속에서 만난 그의 ‘무기교 시’는 샘물 같은 것이었다.맑은가 하면 뜨겁고,뜨거운가 하면 시리다.그는 확실히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는 ‘불온한 사제’임에 틀림없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앵글로색슨 족을 향해 ‘겉 희고 속 검다.’고 단언하고,주한미군을 두고 ‘개소리’라는 욕지거리를 ‘시’라는 이름으로 내걸줄 아는 이,사제 시인 최수종(38)의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이 나왔다.
시집은,우리의 문학수업이 시적 정서의 전근대성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확실히 적절한 텍스트는 아니다.그러나 시만 읽을라치면 졸리는 독자,시적 영감을 현장 대신 상념에서만 구하는 시인이라면 그의 시에서 깨우침을 하나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식과 치장을 걷어낸 그의 시는 지금 알몸이다.포르노그라피의 탈의가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과 믿음,그리고 뜨거운 눈물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픈 알몸이다.
‘누가 이 죽음을 애도하랴/누가 저 손가락질 거두어 내 부족함으로 받아들이랴/하늘나라 꽃밭에서 나비처럼 날고있을/꽃다운 넋들이여/내 누이들이여/두 번 다시는 남몰래 울지 말거라/두 번 다시는 창살에 갇히지 말거라’(꽃다운 넋들이여-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로 숨진 다섯 영혼들의 49재 추도시 중)
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한사코 몸싸움을 거는 그의 도전은 ‘시가 칼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무모하지만 아름답다.‘한때 낙화암의 꽃잎처럼 지고 싶었다.스물아홉,핏발 선 울음 품고/타는 가슴속 화염병처럼/꼭 한번,금남로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싶었다/터지다 터지다가 지친 시커먼 연기라도/좋으니 종탑 끝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싶었다’(금남로 철쭉 중)나,‘투쟁만이 희망이라고 믿는/사람./그 삶이 역사다’(역사)에서 보는 그의 현실 인식은 개혁,즉 ‘뒤바꿈’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눈물겨운 서정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이르지 말라.그렇더라도 그의 시는 처연하게 슬픈 우리의 정서에 뿌리내리고 있다.
‘소리없이 물들어 가득합니다/남김없이 텅 비어 고요합니다 모든 들녘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됩니다’(가을의 숨결)나,‘단풍은 꽃이다/단풍을 바라보는/눈길도 꽃이다 그 꽃잎들이 피워 올리는 한 잎 두 잎의 이야기들 사랑도/죽음도/꽃이다’(단풍은 꽃이다)에서 드러난 그의 서정은 인간의 깊은 심연에 가 닿아 있다.
또 있다.‘다복솔을 심기 위해/포클레인 쇠밧줄에 대롱대롱/목 매달린 농구골대 농구골대가 사라진 성당은/골고다 언덕입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사라진/성당은/하늘나라가 아닙니다’(평화 중).세상의 기독이여,이 시는 또 어떤가.
심재억기자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앵글로색슨 족을 향해 ‘겉 희고 속 검다.’고 단언하고,주한미군을 두고 ‘개소리’라는 욕지거리를 ‘시’라는 이름으로 내걸줄 아는 이,사제 시인 최수종(38)의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이 나왔다.
시집은,우리의 문학수업이 시적 정서의 전근대성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확실히 적절한 텍스트는 아니다.그러나 시만 읽을라치면 졸리는 독자,시적 영감을 현장 대신 상념에서만 구하는 시인이라면 그의 시에서 깨우침을 하나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식과 치장을 걷어낸 그의 시는 지금 알몸이다.포르노그라피의 탈의가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과 믿음,그리고 뜨거운 눈물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픈 알몸이다.
‘누가 이 죽음을 애도하랴/누가 저 손가락질 거두어 내 부족함으로 받아들이랴/하늘나라 꽃밭에서 나비처럼 날고있을/꽃다운 넋들이여/내 누이들이여/두 번 다시는 남몰래 울지 말거라/두 번 다시는 창살에 갇히지 말거라’(꽃다운 넋들이여-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로 숨진 다섯 영혼들의 49재 추도시 중)
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한사코 몸싸움을 거는 그의 도전은 ‘시가 칼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무모하지만 아름답다.‘한때 낙화암의 꽃잎처럼 지고 싶었다.스물아홉,핏발 선 울음 품고/타는 가슴속 화염병처럼/꼭 한번,금남로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싶었다/터지다 터지다가 지친 시커먼 연기라도/좋으니 종탑 끝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싶었다’(금남로 철쭉 중)나,‘투쟁만이 희망이라고 믿는/사람./그 삶이 역사다’(역사)에서 보는 그의 현실 인식은 개혁,즉 ‘뒤바꿈’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눈물겨운 서정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이르지 말라.그렇더라도 그의 시는 처연하게 슬픈 우리의 정서에 뿌리내리고 있다.
‘소리없이 물들어 가득합니다/남김없이 텅 비어 고요합니다 모든 들녘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됩니다’(가을의 숨결)나,‘단풍은 꽃이다/단풍을 바라보는/눈길도 꽃이다 그 꽃잎들이 피워 올리는 한 잎 두 잎의 이야기들 사랑도/죽음도/꽃이다’(단풍은 꽃이다)에서 드러난 그의 서정은 인간의 깊은 심연에 가 닿아 있다.
또 있다.‘다복솔을 심기 위해/포클레인 쇠밧줄에 대롱대롱/목 매달린 농구골대 농구골대가 사라진 성당은/골고다 언덕입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사라진/성당은/하늘나라가 아닙니다’(평화 중).세상의 기독이여,이 시는 또 어떤가.
심재억기자
2002-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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