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제도 개혁안 의미/ 기업·회계법인 책임 강화 투자자·주주 보호하기

회계제도 개혁안 의미/ 기업·회계법인 책임 강화 투자자·주주 보호하기

입력 2002-11-08 00:00
수정 200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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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회계제도 개혁안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간헐적으로 공개됐었기 때문에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내용 자체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개혁안의 내용은 기업과 회계법인의 책임을 대폭 강화해 투자자와 주주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예컨대 상장·등록기업의 분식회계나 허위공시 등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나 주주들은 앞으로 회사 경영진 및 대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그러나 회계법인의 동일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감사업무 병행 금지 등이 사실상 빠지는 등 개혁안이 퇴색된 측면이 있다.회계감독 전담기구 신설도 제도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됐다.현 정권 임기말의 개혁안이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힘을 받을지가 관건이다.기업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과제다.

◆부실 경영진·대주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쉬워진다

최고경영자(CEO)와 재무담당 최고임원(CFO)의 회계투명 서약이 의무화된다.지금도 사업보고서에 대표이사의 도장과 서명이 있지만 앞으로는 법이 제정한 표준양식에 따라 ‘한치도 거짓이없음을 보증하는’ 서약을 해야 한다.분식회계 등이 적발됐을 때 ‘몰랐다.’고 발뺌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그렇다고 모든 공시서류에 투명서약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분기·반기·연말 사업보고서와 유가증권 신고서로 우선 국한된다.

재벌 오너 등 사실상의 업무 지시자인 대주주에게도 증권거래법상의 민사책임을 부과해(현재는 상법에만 규정) 처벌을 수월하게 했다.

◆기업 부담 크게 늘어

기업들은 공시를 할 때나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지금도 연결재무제표 작성이 의무화돼 있지만 보조지표로 활용하다보니 개별 재무제표 제출후 한달뒤에만 제출하면 된다.앞으로는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연결 재무제표란 지배·종속 관계의 모든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으로,기업으로서는 작성시한에 크게 쫓길 수 밖에 없다.대신 투자자는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임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 비용도 현실가치에 가까운 ‘공정가치법’으로만산출토록 해 축소 반영 소지를 줄였다.

◆기업과 회계법인 유착 근절에는 한계

회계사들은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뒤 감사의견을 사업보고서에 직접 기재하고 서명해야 한다.참고자료로 첨부하게 돼있는 지금보다 회계법인의 책임이 무거워진다.하지만 회계제도 개혁안의 핵심으로 꼽혔던 회계법인의 컨설팅 및 감사 병행 금지는 사실상 철회됐다.회계법인들은 ‘이해상충소지가 큰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금처럼 한쪽으론 거액의 컨설팅 수수료를 챙기고 또다른 한쪽으론 감독(감사)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수입감소를 우려한 회계법인들의 로비에 밀렸다는 관측이다.미국은 전면금지를 추진중이다.

◆재계 및 회계전문가들의 반응

회계투명 서약과 관련,기업들은 중복규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특히 CFO나 회계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걱정이 태산이다.삼일회계법인 김영식 전무는 “당장은 기업에게 부담이 크겠지만 필연적인 추세”라면서 “다만 기업 경영진이 책임을 분담하기 위해 아랫사람에게 줄줄이 연서를 요구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문호 상장사협의회 조사전문위원은“회계감독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빠진 점이 아쉽다.”면서 “앞으로 법 개정 및 세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취지가 희석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그러나 “국내 실정을 무시하고 너무 미국모델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도 있다.”면서 “기업들이 인프라를 갖추도록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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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손정숙기자 hyun@
2002-11-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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