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각한 이공계 위기

[기고] 심각한 이공계 위기

신방웅 기자 기자
입력 2002-10-25 00:00
수정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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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가 수상하지 못한 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노벨 과학상을 들수 있다.일찍부터 기초과학에 과감한 투자를 한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도 일본·중국·인도 등이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나라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최근 일부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우수한 기술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한다.또 다른 분야에서는 고급 두뇌가 연구 환경과 대우가 좋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다.대학에서도 이공계 지원인력이 해마다 격감하고 있으며,현장의 기술자는 취업에서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엔지니어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국내 이공계의 위기를 설명하는 모습들이다.이공계 분야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최근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단순한 사회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며,국가·사회적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의 장래 발전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내에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우리 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과거 경제가 어렵고 GNP가 낮은 시절에는 비교적 취업이 용이한 이공계를 지원하는 인재가 많았으며,당시의 과학기술 인력은 우리 나라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산업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대학 지원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급격히 심해지고 있고,이공계 대학생의 상당수가 본인의 분야와 관련이 없는 고시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은 국가 장래를 어둡게 한다.그렇다고 사명감만 강조하면서 희생하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과학 기술을 경시하는 풍토에서 어떻게 과학기술 강국이 가능하겠는가.이공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학 기술자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특단의 대책과 사회적인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이공계의 우수 인력들이 평생을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적어도 관련 분야에서만큼은 정부부처 고위직이나 대기업 등에 진출해 리더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국가 각 부처에서는 분야에 맞은 전문가를 영입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술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도 지난 80년대 초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화됐으나 정부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고급공무원이나 대기업 간부자리로 대거 진출시켜 각계 각층의 리더로서 활약하게 함으로써 경제도약의 원동력으로 삼아 왔음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우수인력 확보에 투자하고 기업 차원의 인재 양성을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또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병역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기술관련 법과 제도를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힘든 분야이지만 긍지를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기술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사회 곳곳에서 기술 존중 사상이 뿌리내릴수 있도록 해야한다.아인슈타인처럼 유능한 한 과학자에 의해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듯이 자라나는 많은 젊은 과학도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고,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사회적으로 후원 풍토가 조성될 때 이공계의 위기는 한국 과학기술의 밝은 미래로 전환될 것이다.

신방웅 충북대학교 총장 명예논설위원
2002-10-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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