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엿보기] 피말리는 ‘스나이퍼 신드롬’

[워싱턴 엿보기] 피말리는 ‘스나이퍼 신드롬’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2002-10-08 00:00
수정 200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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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워싱턴 일대에는 ‘스나이퍼(sniper) 신드롬’이 번지고 있다.저격수가 나를 과녁으로 삼아 총을 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심이다.지난 2,3일 워싱턴 근교에서 발생,6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차별적인 연쇄살인 때문이다.고성능 소총으로 불특정 다수인을 조준해 한 장소에서 한 명씩 죽이는 전례없는 사건이다.

특히 범행이 주유소·우체국·슈퍼마켓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장소에서 발생,일반인의 두려움은 배가되고 있다.

미국의 주유소에서는 운전자들이 직접 휘발유를 차에 넣는다.때문에 주유할 동안 운전자들은 차 옆에서 노즐을 잡고 서 있는 게 보통이다.그러나 사건이후 주유소에서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거나 고정된 과녁이 되지 않으려는 듯 차 주변을 서성인다.노즐을 차에 꽂아놓고 아예 차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슈퍼마켓 등의 주차장이나 식당 주변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재졌다.언제 어디서 총알이 나를 향해 날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조바심을 자아내고 있다.

맥도널드같은 패스트 푸드점 주변은 청소년들의 약속 장소로 활용됐으나 요즘은 한산하다.모두가 차 안이나 빌딩 속으로 꼭꼭 숨어들어간 듯하다.초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외부행사를 금지,학생들은 교실 안에만 머물고 있다.어린이들이 뛰어놀던 주택가 놀이터는 화창한 날씨에도 비어 있다.

사건 현장에서 흰색의 박스형 트럭이 급출발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범인을 쫓는 유일한 단서다.그러나 범인들이 같은 트럭을 타고 있을 가능성이 적은데도 비슷한 트럭만 보면 모두 가슴을 쓸어내린다.미 언론은 트럭이 ‘공포를 나르고 있다.’고 표현했다.도로상에서 흰색 트럭을 검문하는 경찰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9·11 테러와 연관된 소문도 나돌고 있다.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워싱턴 일대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테러 차원이라는 얘기가 첫번째다.경찰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앞두고 위기감을 조장하려는 군부내 강경파나 극우파들의 자작극으로 추측하기도 한다.영화 속의 스나이퍼들을 모방한 10대나 정신병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찰은 ‘범인추적(manhunt)’에 나섰지만 지역 주민들은 ‘인간 사냥꾼(man-hunter)’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고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다.

백문일 기자mip@
2002-10-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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