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도체 ‘빅뱅’ 藥될까 毒될까

日반도체 ‘빅뱅’ 藥될까 毒될까

박홍환 기자 기자
입력 2002-10-07 00:00
수정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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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업계의 ‘빅뱅’이 한국측에 약이 될까,아니면 독이 될까.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합종연횡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NEC와 히타치가 메모리부문을 합쳐 탄생시킨 세계 D램업계 5위 ‘엘피다 메모리’에 4일 미쓰비시가 합류했다.

이에 따라 세계 반도체업계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졌으며 특히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口일본 업체들 왜 합치나?= 세계 반도체업계는 지난해의 회복 국면이 ‘반짝상황’으로 끝나면서 일부 업체들의 경우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는 게 정설이다.특히 DDR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신속한 전환에 실패한 일본 메모리업체들은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그 해결 방안으로 ‘몸집 불리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엘피다는 미쓰비시를 끌어안음으로써 인피니온을 제치고 D램분야 세계 4위에 올라서게 된다.이들이 타이완의 파워칩과 미세회로 공정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몸집을 키운 뒤 공정 개발이 앞선 타이완업체와 ‘공동전선’을 펴겠다는 의미다.이들은 또 궁극적으로 미국 인텔까지 합류시킬 계획이다.어쨌든 이번 통합으로 일본 D램업계는 사실상 엘피다 1사체제로 정리가 끝났다.

비메모리분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물론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은 같지만 이들이 염두에 둔 경쟁자는 일본 업체.히타치와 미쓰비시가 내년 4월 출범시킬 ‘리네사스 테크놀로지’는 연간 매출이 9000억엔에 달해 반도체 메이커로는 도시바를 제치고 인텔사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한다.

의미 심장한 대목은 이들이 이번 통합을 계기로 반도체 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는 점이다.이번 합의로 히타치는 반도체 사업을 대부분 새 회사로 넘기게 됐으며 미쓰비시도 반도체 사업의 80%를 떼내게 됐다.

口시너지 효과 나올까?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일본 업체들의 통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사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인데 통합 회사의 특성상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할 수 밖에 없어 대규모 투자 등의 시점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이 한국의 집적화된 반도체 단지를 보고 크게 놀란다.”면서 “의사결정의 속도가 반도체 사업 성패의 열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몸집보다는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선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NEC와 히타치의 통합 모델인 엘피다 자체가 시너지 효과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미쓰비시 D램사업을 합쳐봐야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메모리부문에서도 통합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히타치와 미쓰비시 모두 세트업체인 소니의 추격에 부담을 갖고 있던 차에 통합을 빌미삼아 비메모리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트업체인 삼성전자가 향후 비메모리 부문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는 시장을 주도하는 세트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2002-10-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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