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선수들 보니 내혈육 만난 기분”아시안게임 조총련 응원단원 박종익옹

“남북선수들 보니 내혈육 만난 기분”아시안게임 조총련 응원단원 박종익옹

입력 2002-10-03 00:00
수정 2002-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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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에 흩어진 내 혈육들도 곧 함께 모여 살 날이 오겠지요.”

지난달 29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관중석에서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지켜보던 조총련 응원단 소속 박종익(84·일본 도쿄)옹은 역사의 아픔과 분단의 한이 한꺼번에 북받쳐 오르는 듯 연방 주름진 두 눈가를 훔쳤다.

손을 맞잡은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 기를 앞세우고 입장하는 순간 박옹은 먼 북쪽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벅찬 감격과 함께 그동안 가슴 한 구석에 묻어두었던 딸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옹의 혈육은 일제 침략과 남북 분단의 격랑을 거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딸은 북한 신의주에,친동생은 고향인 경북 청송에,박옹과 아들은 도쿄에 살고 있다.

박옹은 19살 때인 1937년 일제에 징용돼 부모님과 남동생을 남겨 두고 혼자 일본행 배에 올라야 했다.해방 직후 박옹은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일본에 계속 남아 철강회사 기계공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6·25가 터졌고 전쟁이 끝난 뒤 조총련에 가입한 박옹은 더 이상 고향 땅을 밟을 수 없었다.지난 61년엔 일본에서 낳은 딸마저 북한으로 이주하는 두번째 생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나 혼자 이 땅을 밟기가 너무 아깝습니다.북한에 있는 딸과 함께 왔어야하는데….”딸을 만난 지 20년이 넘었다는 박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옹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들과 응원단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흩어져 있는 내 혈육을 모두 만난 느낌”이라고 했다.

조총련 응원단의 공식 일정에 따라 30일 고향에 내려가 친동생을 비롯,일부 혈육을 만난 박옹은 “평생 꿈으로만 만날 줄 알았는데 믿기지 않는다.”면서 “죽기 전에 빨리 통일이 돼 모든 가족이 고향 땅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이영표기자 tomcat@
2002-10-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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