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고국팀 응원 못가는 외국인 노동자

[오늘의 눈] 고국팀 응원 못가는 외국인 노동자

이영표 기자 기자
입력 2002-10-03 00:00
수정 2002-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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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 타향에서 힘들게 싸우는 고향 선수들을 왜 응원하러 가고 싶지 않겠습니까.시간도 내주지 않고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니 별 도리 없지요.”

‘아시아의 화합과 평화’를 표방하는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이 부산·경남 지역 3만여 아시아계 노동자에게는 ‘우리만의 잔치’로 비춰지고 있다.불법적이든,합법적이든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들은 자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응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도 신분 문제나 일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있다.

대회가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일부 ‘변방’ 국가팀이 출전하는 경기장 응원석에는 한국인 서포터스만 자리를 차지하고 응원을 펼쳐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 공단지역에서 만난 아시아계 노동자들은 “12시간 교대 근무에 밤샘 일도 잦아 경기장에 갈 엄두를 못낸다.”면서 “코앞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가 벌어지지만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지난 8월 중순부터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이 지역의 아시아계 노동자 150여명이 붙잡혀 오히려 불안감만 더 느끼고 있다.부산 가톨릭외국인노동자상담소 김광돈 사무국장은 “많은 아시아계 노동자들이 강압적인 ‘불심검문’과 반강제적인 ‘임의동행’요구에 시달렸다.”면서 “대회가 끝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하공단에서 일하는 베트남인 웬안부(30)는 “대회 직전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끌려가 사흘 동안 고생했다.”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와 부산시는 아시아계 노동자의 경기 관람과 응원을 위해 국내서포터스 단체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조직위와 부산시는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를 경기장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One Asia,Global Busan’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표 사회교육팀기자 tomcat@
2002-10-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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