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정상회담/ 본지 명예논설위원들의 진단/北 배짱외교 포기…美에 ‘화해 눈짓’

北·日정상회담/ 본지 명예논설위원들의 진단/北 배짱외교 포기…美에 ‘화해 눈짓’

입력 2002-09-18 00:00
수정 200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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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급진전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북·일 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에 던질 파장,더 나아가 남북간 평화 구축 및 통일 기반 조성에 미칠 영향을 동북아 문제에 정통한 본지 명예논설위원들의 육성을 통해 진단해 보았다.

◆서병철 통일연구원 원장- 양국이 정식 수교도 안 된 상태에서 그 정도 합의를 도출한 것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본다.북한의 입장에선 이번 회담을 계기로 개혁·개방을 위한 자금을 확보했고,향후 미국과의 교섭을 위해서도 좋은 시작이다.고이즈미 총리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납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하더라도,재발방지를 약속받았다는 점만으로도 정치적 발판을 굳히는 데 충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미사일 발사 실험을 연기한 것은 고무적이다.우리로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정착을 위해 바람직한 결말이 나왔다.앞으로 약속이 이행되도록 예의주시하면서 협조할 필요가 있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경제적 지원이 절실했던 만큼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를 풀기 위한 북·미 대화에도 적극 나설것으로 보인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북한의 입장에서는 7·1 경제개혁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공급 부문을 충당하는 것이었는데 일본을 통해 이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또 일본의 입장에서는 납치자 문제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미사일 유예 결정은 당초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의식해 한 요구였고,북한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미 관계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대일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과도 더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갑자기 좋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남북관계는 (대북) 공급 문제 때문에 현재도 여러가지 진전사항이 있는데 그런 식의 관계 진전은 계속될 것이다.

◆박준영 이화여대 교수- 납치문제 사과와 북의 핵·미사일 유예는 일본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이것을 합의했다는 것은 북한이 회담을 빠르게 마무리짓고 싶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아서 경제를 발전시키고,미국과의 회담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했다.이를 위해 북한이 자존심·배짱외교를 접은 셈이다.그런 만큼 실리는 확실하게 챙긴 것으로 추론된다.일본으로서도 약화하는 대(對) 한반도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자국내 반대 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향후 수교를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다.

북·일 회담은 남북 및 북·미 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일부에서 남한이 배제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북이 이 여세를 몰아 관계개선의 길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더 타당하다.

북·미 관계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부시 대통령은 확실한 원칙을 갖고 북한의 수긍을 얻어내면서 대화를 해나갈 것이므로 순조로울 수는 없다.만약 미국이 이라크를 제압한다면 대북 관계를 더 강경하게 나갈 수 있고,이런 점이 북에 심리적인 위협으로 작용했을수도 있다.어쨌거나 이번 북·일회담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속 유예하기로 하고,핵사찰 문제에서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안보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안보문제의 성과가 비교적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 동북 아시아의 안보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본다.김 위원장은 특히 경제변화를 추구하려는 뜻에서 주변 여건을 좋게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북·일 회담은 남북관계에도 물론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요즘 남북관계는 좋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추세대로 가면 더욱 개선될 게 확실하다.

문제는 북·미 관계다.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데에는 북·일 관계보다는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게 급선무다.북·일 회담의 성과가 있었다고 해서 곧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하지만 북한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경우 북·미관계도 호전될 가능성은 있다.

납치된 일본인 중 6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일본인들을 자극할 수는 있다.그렇지만 4명이 생존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다 송환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

◆유찬열 덕성여대 교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에 대해 사과하고 귀환 협조를 약속하는 등 유화적 자세를 보인 것은 바닥상태인 경제난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유화 제스처일 것이다.이와 함께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대북 강경 기조를 띠고 있는 미국 부시행정부의 강공을 피하는 완충역을 기대한 것 같다.

북한의 의도는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이 대북 협상에 적극성을 보인 점이 오히려 쉽게 알기 어렵다.일본은 미국 외교의 기류에 반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과거 일본이 미국보다 먼저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뤘지만,일본측이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고 선수를 친 것에 불과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저지에 최우선 관심이 있고,북한이 이에불응하는 한 급속한 북·미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어떤 식으로북·미 대화에 나설지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북한의 태도와 함께 이번 북·일 정상회담에서 보인 일본의 ‘진의’를 좀더 파약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솔직히 시인·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특히 (납치자의)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를 연장했다는 점은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선 큰 틀에서 서방과의 대타협의 일환이다.북·일 관계개선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북·미관계 개선 등을 통해 경제 재건을 하려는 새로운 전략의 흐름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북 관계 역시 상당부분 좋아질 것이다.이번 북·일관계 움직임 가운데 상당 부분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권유하고 제시한 해법을 수용한 것이다.실종 일본인 문제는 김 대통령이 권유한 대로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대량 살상무기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전향적인지 미국이 확인할 때까지 북·미 관계의 장래를 단정하지는 못한다.

정리 이지운 박정경기자 olive@
2002-09-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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