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피해 유가족 표정 - “혼자 살아남은게 고통”

강릉 피해 유가족 표정 - “혼자 살아남은게 고통”

입력 2002-09-04 00:00
수정 200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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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물에 차와 함께 잠긴 아버지의 시신 옆에서 밤을 새웠습니다.저수지둑의 붕괴 위험을 알리는 경보라도 있었다면….”

사상 최악의 수해로 아버지 이창희(65)씨를 잃은 이근숙(29·여)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강원도 강릉시 장현저수지의 둑이 터진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 이씨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딸을 평소처럼 승용차에 태워 출근시키고 돌아오던 길이었다.갑자기 저수지의 물이 터져 도로가 무너져 내리면서 이씨의 승용차도 물살에 휩쓸렸다.

백방으로 이씨를 찾던 가족들은 다음날에야 물 바깥으로 조금 드러난 이씨의 승용차 지붕을 발견했다.하지만 물살이 거센데다 구조장비도 없어 현장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2일 구조요원 3명이 승용차 지붕을 뜯어 가까스로 이씨의 시신을 영안실로 옮길 수 있었다.

이씨의 승용차가 물에 휩쓸려간 시각,강릉시 왕산면 오봉댐 근처 도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동료 2명을 잃은 농협 직원들은 3일에도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사고를 당한 김상기(32)·이귀동(33)씨는강릉농협 왕산지소로 출근하는 길이었다.직원 심요섭(38)씨는 “출근시간에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참변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같은 곳을 지나던 박용만(43) 왕산지소장은 흙더미가 쏟아지는 순간 운전석 옆 유리창을 깨고 기어 나와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박씨는 “살아 있는 것이 미안하고 직원들의 유족 앞에서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릉 윤창수기자
2002-09-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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