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백담사의 두 흔적

[2002 길섶에서] 백담사의 두 흔적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2002-08-24 00:00
수정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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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를 찾아가는 길은 수월했다.뒤늦게 휴가를 맞아 설악산 미시령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차를 몰던 중 ‘백담사’라는 표지판을 보고 주저없이 방향을 돌렸다.

백담사까지는 4㎞쯤 산길을 걸어야 했다.열살 남짓한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길은 찰나(刹那)였다.계곡의 옥빛 수류(水流)는 오랜 친구처럼 내내 동무를 해줬다.

이윽고 백담사가 자태를 드러냈다.절앞에 놓인 수심교는 차안과 피안을 잇는 가교인가.금강문 너머에 자리잡은 백담사는 고즈넉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묵은 곳’ 극락보전 바로 앞에 자리잡은 건물 한 동에는 이런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대통령이 왜 여기서 살았을까.” 딸이 질문을 던졌다.“응,네가 태어나기 전에 대통령이었는데 나중에 잘못이 밝혀져 이리로 쫓겨와 2년 동안 머물렀지.”

80여년의 시차.만해 한용운이 백담사에 남긴 항일 독립의 뚜렷한 발자취와 관광상품화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흔적 사이의 간격이다.백담사의 그윽한 풍경(風磬)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련만.

박재범 논설위원
2002-08-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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