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슬쩍’ 간접광고 위험수위

‘은근슬쩍’ 간접광고 위험수위

입력 2002-08-21 00:00
수정 200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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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상품을 간접적으로 노출시켜 광고효과를 누리는 ‘간접광고’(PPL)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민정:렌즈를 한 10년 꼈는데 눈이 너무 아파요.친구가 라식수술을 한 번 해보라고 해서요.

의사:네. 환자분은 각막이 많이 손상됐습니다.더 이상 렌즈를 끼기에도 무리가 있고요.정밀검사를 해 본 뒤 라식수술을 해보죠.

민정:그거하면 얼마동안 생활못하죠?제가 어린이집 선생님이고 휴가를 써서 결근하긴 그런데….

의사:걱정마세요.수술시간도 짧고 수술후부터 점차 시력이 회복되어서 바로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습니다.

민정:그래요?(웃음)

SBS시트콤 ‘대박가족’(지난 9일 방송분)에서 민정이 동료 미라에게 돈을 빌려 주기전 안과에서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이다.극 전개에 중요하지도 않은데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D안과에서,실제 그 병원 의사가 출연해 라식수술을 하려는 환자에게 상담하듯 상세한 정보를 준다.라식수술은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데다 각종 미용잡지에 광고가 실린다.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병원간판이 나오지 않았다는이유로 간접광고로는 인정되지 않았다.

KBS1은 지난 15일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을 중계하면서 운동장에 각팀 소속 10개 구단의 상징 엠블렘을 버추얼그래픽(Virtual graphic)으로 그려넣었다.MBC와 SBS 스포츠채널은 지난해말 이같은 버추얼그래픽을 삽입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허용되지 않은 가상광고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MBC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에는 B사 아이스크림 영업점과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9일 방영분 등 지난주까지 최소 3차례 나왔지만 그냥 넘어갔다.골프를 소재로 한 SBS주말드라마 ‘라이벌’에서도 R골프장을 표시하는 깃발과 K사의 골프브랜드가 버젓이 카메라에 담기지만 문제되지 않고 있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입고 마시는 모든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유행시키는 힘이 있다.그러나 방송위원회의 간접광고 심의규정은 프로그램이 특정 상품·기업·영업장소·공연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때만 문제삼을 수 있다.구체적인 가이드 라인도 없이 심의위원 개인들의 판단으로 간접광고를 가려내야 하는 만큼 갈수록 지능화되는 간접광고를 잡아내긴 역부족이다.

SBS 수목드라마 ‘순수의 시대’에서는 극중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고를 해결하는 주인공 지윤(김민희)이 극중 설정과 어울리지 않는 80만원대 시계를 차고 나왔다.이 시계는 곧바로 인터넷 등을 통해 화제가 됐고 9월호 일부 여성잡지에 ‘드라마속 김민희 소품’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MBC는 아예 자사 인터넷홈페이지에서 모든 드라마에서 나오는 소품들을 팔고 있다.수목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이나영의 은목걸이,월화드라마‘고백’에서 원미경의 원피스,심지어 자동차까지 모든 협찬 상품이 그대로 쇼핑 대상으로 직결돼 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 김태현 부장은 “간접광고는 눈으로 잡아내기 어려운 게 많아 방송위 심의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먼저 제작진이 자체 가이드 라인을 마련,간접광고를 내부적으로 제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현진기자 jhj@
2002-08-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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