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광복 57주년을 맞았다.민족이 분단되어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주며 보낸 시간도 이와 엇비슷하다.광복절을 전후로 남북의 통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해방과 통일이라는 가치의 무게가 같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8·15민족통일대회에서는 남북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었다.공식명칭은 ‘6·15공동선언실현을 위한 남북통일미술전시회'이다.북한에서 국보급이라고 하는 작품 7점을 포함해 총 107점의 작품이 서울에서 선보였다.
전시된 작품은 조선화가 대부분이지만 유화도 12점이나 되었고,얇은 금박으로 붙여 그린 ‘금니화',색색의 돌가루로 만든 ‘보석화',판화,수예,도자기 작품도 전시되었다.
분단 이후 이런 대규모의 남북한 미술전시는 처음이다.간간이 여러 경로를통해 소개된 북한미술은 있었지만,이번 전시는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다.북한에서 국보로 여겨 좀처럼 밖으로 보이지 않는 작품을 전시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미술갈래인 ‘조선화'를 정착,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민예술가정종녀,이석호의 초기작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완성했다는 정영만의 ‘강선의 저녁노을’,또한 아이들의 앙증맞은 키재기 모습을 담은 정현웅의 1963년 창작 수채화 소품 따위가 그것이다.국보급 작품 외의 작품도 최근에 창작된 것이다.과거 몇 년씩 지나거나 오래된 작품을 전시한 것에 비하면 북한이 남북통일미술전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이번 남북통일미술전시를 위해 며칠씩밤을 새워 그린 작품도 있다고 한다.
북한미술 하면 보통 수령화나 정치색이 뚜렷한 작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번 전시는 풍경화나 정물화,춤추는 여성인물화 따위의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작품이 대부분이다.남쪽 사람들의 정서를 배려했다는 인상을 풍긴다. 조금 부담된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 ‘김일성화(花)',‘김정일화(花)'를 담은 수예작품이다.그러나 제목만 없으면 그냥 화려한 꽃을 수놓았다는 느낌일 것이다.화려한 꽃과 과일을 그린 정물화부터 매의 비상하는 모습,풍산개의 귀여운 모습,춤추는 타조의 모습,아이들의 밝은 웃음 따위의 작품들은 북한미술의 다양함과 서정성을 잘 보여준다.
사실 북한미술의 특징은 높은 기량과 낭만성이다.이런 경향은 미술뿐만 아니라 공연,노래,무용 따위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감성을 자극하는 표정과 화면연출,여기에 오랜 숙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결합한 것이 북한예술의 두드러진 모습이다.
조선화는 한지와 수성물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미려하고 부드럽다.또한 사실적인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덜하다. 90년대 이후 풍경화가 널리 그려지면서 백두산이나 금강산,묘향산 따위의 절경과 명승지를 담은 작품은 우리에게 많이 소개되었다.이러한 서정성과 기량을 바탕으로 북한미술품은 여러 나라에 수출이 많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통일미술전시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일반 사람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장소나 기간이 없었고,전시장도 호텔 만찬장을 사용해 남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걸기가 어려웠다.
좋은 의미라면 남북한의 화가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일반 사람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그러나 아쉬움은 곧 현실의 무게와 같다.통일을 이루는 길이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말이다.통일을 위해서는 서로의 가슴을 믿는 마음이 생겨야 하듯이 이번 통일미술전시회가 예술과 감동을 통해 하나임을 확인하는 수준 높은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심규섭 /화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8·15민족통일대회에서는 남북한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었다.공식명칭은 ‘6·15공동선언실현을 위한 남북통일미술전시회'이다.북한에서 국보급이라고 하는 작품 7점을 포함해 총 107점의 작품이 서울에서 선보였다.
전시된 작품은 조선화가 대부분이지만 유화도 12점이나 되었고,얇은 금박으로 붙여 그린 ‘금니화',색색의 돌가루로 만든 ‘보석화',판화,수예,도자기 작품도 전시되었다.
분단 이후 이런 대규모의 남북한 미술전시는 처음이다.간간이 여러 경로를통해 소개된 북한미술은 있었지만,이번 전시는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다.북한에서 국보로 여겨 좀처럼 밖으로 보이지 않는 작품을 전시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미술갈래인 ‘조선화'를 정착,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민예술가정종녀,이석호의 초기작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완성했다는 정영만의 ‘강선의 저녁노을’,또한 아이들의 앙증맞은 키재기 모습을 담은 정현웅의 1963년 창작 수채화 소품 따위가 그것이다.국보급 작품 외의 작품도 최근에 창작된 것이다.과거 몇 년씩 지나거나 오래된 작품을 전시한 것에 비하면 북한이 남북통일미술전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이번 남북통일미술전시를 위해 며칠씩밤을 새워 그린 작품도 있다고 한다.
북한미술 하면 보통 수령화나 정치색이 뚜렷한 작품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번 전시는 풍경화나 정물화,춤추는 여성인물화 따위의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작품이 대부분이다.남쪽 사람들의 정서를 배려했다는 인상을 풍긴다. 조금 부담된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 ‘김일성화(花)',‘김정일화(花)'를 담은 수예작품이다.그러나 제목만 없으면 그냥 화려한 꽃을 수놓았다는 느낌일 것이다.화려한 꽃과 과일을 그린 정물화부터 매의 비상하는 모습,풍산개의 귀여운 모습,춤추는 타조의 모습,아이들의 밝은 웃음 따위의 작품들은 북한미술의 다양함과 서정성을 잘 보여준다.
사실 북한미술의 특징은 높은 기량과 낭만성이다.이런 경향은 미술뿐만 아니라 공연,노래,무용 따위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감성을 자극하는 표정과 화면연출,여기에 오랜 숙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결합한 것이 북한예술의 두드러진 모습이다.
조선화는 한지와 수성물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미려하고 부드럽다.또한 사실적인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덜하다. 90년대 이후 풍경화가 널리 그려지면서 백두산이나 금강산,묘향산 따위의 절경과 명승지를 담은 작품은 우리에게 많이 소개되었다.이러한 서정성과 기량을 바탕으로 북한미술품은 여러 나라에 수출이 많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통일미술전시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일반 사람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장소나 기간이 없었고,전시장도 호텔 만찬장을 사용해 남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걸기가 어려웠다.
좋은 의미라면 남북한의 화가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일반 사람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그러나 아쉬움은 곧 현실의 무게와 같다.통일을 이루는 길이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는 말이다.통일을 위해서는 서로의 가슴을 믿는 마음이 생겨야 하듯이 이번 통일미술전시회가 예술과 감동을 통해 하나임을 확인하는 수준 높은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심규섭 /화가
2002-08-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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