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민족통일대회/기고/北예술단 공연을 보고-남북예술 만나 또하나의 통일을…

8.15 민족통일대회/기고/北예술단 공연을 보고-남북예술 만나 또하나의 통일을…

차범석 기자 기자
입력 2002-08-17 00:00
수정 200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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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부터 나라와 나라,민족과 민족 사이에서 서로가 지닌 문화예술이란 비교는 하되 우열을 가릴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 나라나 민족의 고유성이나 환경의 차이로 좌우되는 결과일뿐 그 우월성의 평가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그러기에 동서문화를놓고,어느쪽이 우수하다거나 뒤떨어진다고 평가하는 일이 그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상기시키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지난 8월15일밤,북한예술단의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는 큰 관심사이자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지금까지도 이미 몇차례 북한의 공연예술이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었고,개인적으로도 혁명가극 ‘피바다’나 ‘꽃파는처녀’를 외국에서 감상한 적이 있다.그리고 재작년에는 평양에서 그들의 공연예술과 직접 대한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낯이 익은 처지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주변사람의 시각은 냉담했거나,그 진가를 인정하지 않는 편으로 기울어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천편일률적인 소재,경직되고 획일적인 표현법,현대적인 감각의 결여 등은 한마디로 후진적이며 전근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그와 같은 평가를 부분적으로 인정은 하면서도 한가지 반문이 남는다.즉 북한의 예술,특히 무용과 음악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인가.나는 그 점에 있어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가 있다.

그 첫째는 기교적인 면에서의 철저하고도 일사불란한 전문성과 앙상블 조성의 탁월함이다.그리고 음악에 있어서 민족적 정서에 바탕을 둔 창작성과 대중성이다.바꾸어 말하자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치열한 훈련과 투자다.사회주의국가에서 예술을 중시하고 예술가의 예우에 각별한 시책을 실시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예술을 위한 예술이기보다는 당이나 조직,더나아가서는 민족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되 패배 대신 승리만을 추구하는 사상적 이념은 지유민주주의의 감미로운 맛에 익숙해진 우리 형편과는 판이하다.

특히 4∼5세만 되면 철저한 영재교육을 강행하는 현장교육은 이를테면 병영(兵營)을 연상시킨다.예술은 개인이 아닌 전체적인 조화와 협동정신위에서이루어진다는 그들의 삶의 궤적은 때로는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재작년에 서울에 왔었던 청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을 처음 대한 사람들은 어린이다운순진성이나 인간미보다는 하나의 기계화된 인간들을 연상케 했던 기억을 체험했다.

그러나 이번에 온 예술단은 사정이 좀 다르다.인민배우와 공훈배우를 여럿포함한 인적구성이고 보면 그것은 북한의 공연예술로서는 정상급에 속한다.그 미모와 균형잡힌 체격에서부터 숙달된 기교에 이르기까지 다 갖추었으면서도 어딘지 어색하고 세련됨에 모자란 까닭은 무엇일까.그들의 예술에서 주제의 선택이나 인간성의 추구는 금기사항이다.오직 예술은 유일사상에다 바탕을 두되 건설적이며 약동적이고 미래지향성으로 가는 획일적인 창조만이요구되는 사회라는 데 문제가 있다.자유민주국가에서처럼 표현의 자유나 인간성의 추구란 없다.오직 대다수를 위한 승리와 건설을 희구하기 때문에 음악에도 이른바 순수음악이니 대중음악의 구분이 없다.그러나 우리의 꿈인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남쪽의 자유분방한 표현과 일사불란한 북의 예술이 만났을 때를 상상해 보라.그것은 또 하나의 숙제이자 승리라는 자신감을 얻는다.

차범석 (극작가·예술원 회장)
2002-08-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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