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위원 칼럼] 기사비중 판단의 잣대

[편집자문위원 칼럼] 기사비중 판단의 잣대

홍의 기자 기자
입력 2002-08-13 00:00
수정 200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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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불교·유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민족종교 등 우리나라 7대종단 대표들이 지난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돕기 위해 쌀 지원을 시급히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민간 차원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면서 “대북 쌀 지원은 경제논리나 정치논리가 아닌 동포애 차원에서 접근되고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대한매일은 이 기사를 8월8일자 21면(사람 일 사람)에 사진을 곁들여 짤막하게 보도했다.

‘사람 일 사람’면은 국내외 각계각층 인물의 동정을 주로 싣는 난이다.기사 내용의 비중으로 보나,우리나라 7대 종교계 대표자들의 공동기자회견이라는 외형으로 보나 이를 가벼운 동정 다루듯 처리한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또 이날 행사는 ‘종교지도자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이었다(사진에 나와 있음).그러나 기사에는 7대 종단 대표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것으로 돼 있다.‘성명서’라고 하면 어딘가 위압적인 느낌이 들지만,‘호소문’은 약자의 간절한뜻을 담고 있다.의미가 전혀 다르다.취재기자는 용어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것은,이들 7대 종단은 어쩌다 기자회견이나 하는 모임이 아니라는 점이다.지난해 금강산과 평양에서 열린 민간 차원의 대규모 남북공동행사를 주도했으며,올해는 8·15를 전후해 북쪽의 100여명을 서울로 초청하는 등 민족화합에 앞장서 온 주체가 바로 7대종단 대표들이다.전국적인 큰비 피해와 재보선 투표일 등이 겹쳐 이날 지면운용이 빠듯했으리라는걸 이해는 한다.그래도 “북한 동포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종교인의 양심상 사람이 먹는 쌀을 짐승에게 먹일 수 없다.”는 심정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게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공동기자회견 기사는 2면에 비중있게 다루든지,사회Ⅰ(31면)의 ‘몰도바인의 꿈’을 21면에 배치하고 그 자리에 게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보호-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켜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대한매일의 8월10일자 1면 박스기사 ‘자연개발,이익보다 손실이 100배’가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영국 정부와 환경보호단체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개발에 따른 손실을 금액으로 산출한 내용이다.대량벌목으로 황폐화한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 등 5개지역을 대상으로 생태환경 변화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것인데,조사팀은 이들 5개지역 개발로 잃은 경제적 가치만 최소한 4조 4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보도를 인용한 이 기사는 자칫 ‘해외화제’ 정도로 국제면 한 구석에 박혀 있을 수도 있는 것을 과감히 1면으로 끌어냈다는 점이 매우 돋보인다.

8월8일자 15면(레저)은 경북 울진의 왕피천 오지 트레킹 기사로 꾸며져 있다.사진을 과감하게 키워 지면이 시원스럽다.그러나 가는 길과 숙소 등을 소개한 ‘여행 가이드’에 현지 지도가 빠져 있어 아쉽다.기사에 들어가야 할내용은 꼭 들어가야 한다.왕피천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오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홍의 언론지키기 천주교모임 대표
2002-08-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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