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자연에 대한 ‘예의’

[굄돌] 자연에 대한 ‘예의’

김선우 기자 기자
입력 2002-08-10 00:00
수정 200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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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강원도 동강의 어라연에 다녀왔다.수년전 어라연에 다녀온 후,내 발길은 좀체 다시 찾지 못했다.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곳에서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파괴와 오염의 흔적들이 두려웠기 때문일까.나는 그곳이 인간으로부터 좀더 멀리 숨어있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동강댐 건설이 추진되었다가 시민운동의 힘으로 간신히 백지화했고 지속적인 동강살리기 운동으로 동강 일대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받게 되었다.지각있는 개인과 시민단체들이 안간힘을 쓰지만 단기적인 이윤창출에 급급한 난개발로 동강 일대는 이미 옛모습이 아니었다.

어라연 역시 병들어가는 기색이 역력했다.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만큼 풍성한 물고기 떼가 비단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는 어라연은 래프팅용 보트들의 행렬로아수라장이었다.그야말로 물 반 보트 반이다.각기 다른 상호가 찍힌 보트가 경쟁적으로 동강을 훑고 지나간다.멀리서 보면 그저 신선한 스포츠로 보일 수도 있다.그러나하루 평균 수십만명의 인파가 휘젓고 지나가는 물 밑 세계를 생각해 보면 끔찍해진다. 이미 유명 관광지가 되어버린 동강 일대에 늘어선 사유지의 개발은 또 어떤가.물고기의 산란처가 망가지고 각종 폐기물과 소음으로 병들어가는 물 밑의 숨붙이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어름치도 동강 비오리도 다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즐길거리는 도시에도 충분하다.온갖 현란한 즐길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나는 도심을벗어나 굳이 자연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걸까.그곳이 자신의 마음자리를 들여다 보고 인간의 존재 근거인 ‘어머니 자연’을 묵상하는 기도처가될 수는 없을까.단지 절경을 구경하고 신선한 스포츠를 즐겼다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말이다.

‘자연을 사랑하자.’는 구호는 어쩌면 어불성설이다.인간은 그로부터 사랑받는 존재이지 ‘사랑해 주어야'하는 위치가 아닌 것이다.자연에 대한 ‘예의'를 다할 때만이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 역시 지속가능하다.

김선우/시인
2002-08-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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