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호스피스

[씨줄날줄] 호스피스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8-09 00:00
수정 200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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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삼켜도 위액과 함께 토한다.물이라도 제대로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아이들을 보고 싶다.마지막까지 엄마로서 깨끗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말기암 환자들을 돌봐주는 호스피스 시설에서 몸을 추스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40대 주부가 써내려간 일기장의 한 토막이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어두컴컴한 굴 속에 홀로 갇혀 있는 듯한 공포’‘유리문에 손가락이 끼일 때처럼 자지러질 듯이 파고드는 고통’

말기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흔히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상태와 통증을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이다.환자는 물론,지켜보는 가족들조차 몸서리치는 통증과 홀로 버려졌다는 절망이 말기암 환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암으로 죽음을 앞둔 엄마는 끊임없이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찾아와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의 모습이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호스피스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호스피스 기관과 종사자에 대해 국고 지원을 하기로했다고 한다.내년부터 2005년까지 호스피스 5곳과 종사자에 대해 운영비 및 교육비로 연간 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해마다 10만명 이상의 암환자가 발생하고,6만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지원책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유럽 중세 성지 순례자와 여행자가 쉬어가는 휴식처라는 말에서 유래된 호스피스는 오늘날에는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최대한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활동을 지칭한다.‘안락간호원(安樂看護院)’으로도 불리는 호스피스는 현재 미국 3000여곳,영국 200여곳 등 영미 계통의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78년 강릉 갈바니병원에서 처음 도입돼 64곳이 운영중이다.대부분 종교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기암 환자의 8∼9%만이 호스피스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말기암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노인들의 최대 소망은 ‘고통없는 죽음’이다.호스피스 지원방침이 자그마한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2002-08-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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