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 총장의 ‘큰사람’ 키우기 약속

[사설] 정 총장의 ‘큰사람’ 키우기 약속

입력 2002-08-02 00:00
수정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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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어제 취임식에서 동양의 고전인 대학(大學)을 인용하면서 서울대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큰 사람’ 육성을 제시했다.정 총장은 지금까지 ‘비지성적 전문가’만 양성해온 것이 아닌가 자성하면서 “서울대는 나만의 삶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진취적인 지성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늘날 서울대 위기론의 핵심이 ‘인간’ 양성과 봉사 분야에서 사회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총장이 제시한 방향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대는 최근 국제공인학술지(SCI) 논문게재 편수 기준으로 세계 40위권에 올랐지만 경쟁력의 원천은 학벌주의와 입시경쟁이라는 ‘우물안 개구리’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연구보다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고시에 매달리는 것이 현실이다.서울대가 학벌주의의 최정점에서 전국의 인재를 싹쓸이하면서도 ‘부의 대물림’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 총장이 개혁의 출발점을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원칙과 명예를 지키겠다.”고 공언한 것은 개혁 이미지에 걸맞은 신선한 약속으로 생각된다.정 총장은 얼마전 ‘지역별 신입생안배 고려’라는 구상을 밝혔다가 일부 계층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바있다.정 총장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정 총장은 과거 각종 기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진단하고 철저한 구조조정과 개혁을 역설했던 ‘훈수꾼’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야 할 ‘집행자’의 위치에 섰다.원칙론에 입각한 개혁론자로서 굴절된 부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되 전임 이기준 총장이 겪은 좌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취임식에서 약속했던 대로 절차상의 합법성과 민주성도 지켜주길 바란다.

2002-08-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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