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사건과 SOFA/양주군 적성면 르포/미군 1차조사 문제점

장갑차사건과 SOFA/양주군 적성면 르포/미군 1차조사 문제점

이영표 기자 기자
입력 2002-07-23 00:00
수정 200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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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군 적성면 르포 “미군 차량만 봐도 울화 치밀어”

“지나가는 미군 차량만 봐도 울화통이 치밉니다.”

지난달 13일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경기 양주군 주변 주민들은 사건 발생 40일이 넘도록 진상규명 작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는 의정부와 동두천을 넘어 수도권 일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특히 대다수 주민들은 미군 부대 책임자들이 잇따라 출국하는 등 책임자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가 서둘러 배상금 지급 방침을 발표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장대비가 쏟아질 듯 후텁지근한 22일 오전 의정부역 앞 마당.‘여중생 죽인 살인자,복귀·귀환이 웬말이냐’,‘진상 규명,책임자 처벌’등 10여개의 현수막이 을씨년스럽게 나부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소속 회원들이 한달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천막 주변에는 수십명이 몰려 서명을 하고 있었다.농성장 주변에는 사고 당사자인 미군 워커 마크의 얼굴이 담긴 범대위의 수배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월요일 출근길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농성장 주변에 걸어놓은 주한미군의 범죄 관련 사진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봤다.일부 시민은 분을 삭이듯 눈물을 글썽였다.의정부역 바로 옆에 위치한 미군시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시민도 있었다.

서명에 참여한 김성수(47·회사원·의정부시 호계동)씨는 “꽃다운 생명에게 배상 운운하며 사태를 흐지부지 무마하려 한다.”고 분개했다.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의정부 청년회’홍석규(30) 사무국장은 “배상은 배상이지만 형사재판관할권은 여전히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고 있다.”며 불공정한 한·미행정협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두 여중생이 숨진 양주군 적성면 효촌2리 마을 입구에는 미군을 비난하는 현수막 10여개가 세찬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누군가가 갖다 놓은 흰국화 꽃 한다발이 시든 채 사고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고(故)신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46)씨는 “법무부로부터 배상액수를 통보 받지 못했다.”면서 “딸을 잃은 마당에배상액의 많고 적음을 따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울먹였다.신씨는 “양주군청이 경기도 제2청사에 ‘미 군피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그동안 숨겨졌던 미군의 크고 작은 범죄가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주민 김창보(60)씨는 “배상금으로 억만금을 준다 해도 부모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겠느냐.”면서 “미국으로 도망간 부대 책임자들이 조속히 돌아와서 두 부모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주(67)씨는 “매년 이때쯤이면 마을 전체가 ‘장승제’와 ‘복날잔치’로 시끌벅적했는데 올해는 사고의 여파로 ‘유령마을’처럼 한산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사고부대인 미2사단 사령부가 있는 동두천 일대는 반미 시위가 끊이지 않아 어수선했다.수십명에 불과하던 시위대는 금방 수백명으로 불어났고,초등학생과 임산부까지 시위에 가담하고 있었다.

주민과의 마찰을 우려한 듯 미군 부대들은 장병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행동을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이날 동두천에서 만난 미2사단 그라함(19)일병은 “장갑차 사고 이후 특별한 일이 아니면 부대를 벗어나지 말고 부대 밖에 나갈 경우 짝을 지어 다니라는 명령이 하달됐다.”고 말했다.

3년째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김모(30·여)씨는 “최근 부대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미군의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귀띔했다.

양주 이영표 박지연기자 tomcat@

■미군 1차조사 문제점/ “신변보호”피의자 신상도 공개 안해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추돌사고는 처음에 미군측의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너무 엉성하고 납득할 만큼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이 유족들의 반발을 사면서 문제가 커졌다.

주한미군측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14일 유족 등을 상대로 사고상황을 설명했고,19일 ‘한·미군경합동조사단’을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그러나 유족 등의 항의를 받고는 뒤늦게 2차조사에 나섰다.

유족 등의 가장 큰 불만은 미군측이 피의자인 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과 운전통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을 지나치게 감싸고 돈다는 점이다.미군측은 14일 브리핑에서 피의자의 신상공개 요구에 대해 신변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유족들에게는 현장 검증을 18일 하겠다고 통보한 뒤 일방적으로 그 하루 전인 17일 피의자들을 데리고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유족 등은 사고 당시의 정확한 목격자가 없는데다 피의자들이 사고 직후 주민들에게 “전방의 여중생들을 보았다.”고 말했던 점 등을 들어 이들과의 대면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장갑차의 속도에 대해서도 사고직후 우리 경찰에는 ‘시속 30∼4 0㎞’로 통보했다가 14일에는 ‘16∼25㎞’로 정정했고,19일에는 ‘8∼16㎞ ’로 더 줄였다.이 정도 속도면 피의자들이 “오르막이라 속도를 냈고,이 때문에 추돌 직후 급제동을 했으나 궤도가 밀렸다.”고 진술한 부분과 모순된다는 지적이다.또 운전통제병이 30m 전방에서 여중생들을 발견하고도 운전병 이 장갑차를 세우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공식 발표에서는 “장갑차의 소음이 너무 커서 운전병이 통제병의 정지 지시를 못 들었다.”고 밝혔으나 부대 헌병사령관은 “훈련중 다른 무선이 들어와 운전통제병의 지시교신을 못 들었다.”고말했던 점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아울러 주한미군측이 조사결과 발표 때 사실과 달리 도로의 폭을 장갑차보다 크게 그리고,여중생들이 갓길이 아닌 도로 가운데를 걷는 것처럼 묘사했으며,사고 직후 우리 경찰에 신고를 안한 점 등에 대해서도 유족 등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
2002-07-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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