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들 “방문객이 두렵다”

당선자들 “방문객이 두렵다”

입력 2002-06-21 00:00
수정 200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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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선거 후 으레 나타나는 ‘논공행상’ 바람이또다시 불고 있다.

2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모 구청장 당선자는 요즘 ‘예상돼온’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선거운동에 깊이 관여한 사람들마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며 은근히또는 노골적으로 ‘자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선거 막판 조직표 동원을 위해 향우회·친목회 등 각종 단체 관계자들을 캠프에 합류시킨 것이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 구청장 후보를 큰 표차로 물리친 당선자 A씨는 요즘 찾아오는 사람들이 겁난다.최근 상가번영회 임원진 10여명이 찾아와 “상인들이 단합해 몰표를 준 만큼 약속대로 구청장에 취임하는 즉시 상가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환경개선사업에 착수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하지만 구청 간부에게 문의한 결과 예산 편성이쉽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취임 초기부터 선심 공방에 시달릴 우려가 있어 확답을 미룬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다른 단체장 당선자 B씨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증도 받지 않은 채 잠적했다.주위에는 “선거운동 기간 중 건강에 무리가 생겨 당분간 시골에 가 쉬겠다.”고 말했지만 선거공로자들의 자리 요구를 모면하기 위한 방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남 목포시에서는 선거에서 남다른 공을 세운 시청 모직원이 당선자에게 주요 보직을 요구하는가 하면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자,이를 비난하면서 신임 시장 집에 몰리는 공무원들의 발걸음도 비꼬는 글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랐다.그러자 전태홍 목포시장 당선자는 비밀스러운 업무보고를 빙자하는 등 어떤 이유로도 자택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지 말도록 공무원들에게 ‘금족령’을 내렸다.

박태영 전남지사 당선자는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가 정무부지사에 기용된다는 소문이 일자 한 방송프로에 출연,“인사와 관련된 아무런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선자들이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자리 요구에 고민하는 것은 논공행상용으로 줄 수 있는 공직이 생각과는달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이를 헤아리지 않고 선거기간 중 급한 마음에 자리 약속을 남발한 것은 후보들의 ‘원죄’다.

인천시의 경우 단체장이 임의로 임명할 수 있는 보직은 산하기관과 투자기관까지포함하더라도 40여개 정도.그나마 현 보직자의 임기문제 등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자리는 더 적다.전임 단체장은 취임 초기 비서실장마저도 자신의 측근을 기용하지 못했다.설사 선거공로자에게 마련해줄 자리가 있다 해도 자질 검증이 되지 않은 이들을 기용하면 이권 개입이나 인사 전횡 등의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어 논공행상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당선자들이 논공행상 요구에 시달리는 것은 스스로 만든 업보”라면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어울리지 않는 감투를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정리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2002-06-2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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