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외교’의 현장에서 일했다는 게 너무나 가슴 뿌듯합니다.아버지를 도와드렸다는 생각도 들고,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거창한 기분도 들어요.”
월드컵 개막식을 전후해 한국을 찾은 VIP 대부분이 서울을 떠난 6일.한꺼번에 찾아온 외빈들 의전에 비상이 걸린 외교부의 손발 노릇을 해준 ‘의전 도우미’들이 세종로 중앙청사 외교부 한 회의실에 모였다.최흥식(崔興植) 주 알제리 대사의 딸인 최유진(崔有辰·24·이화여대 관광홍보학과4)양 등 7명이 주인공.재외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각 부처 소속 주재관 자녀들이다.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면접시험을 거쳐 지난달 24일부터 외교부의 ‘의전 태스크포스팀’에서 집중 의전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그동안 의전용 무전기를 사용하며 굳은 딱딱한 말투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12월 군 입대를 앞두고 도우미로 나선 윤재우(尹在佑·20·호주 국립대3)군은 겉보기엔 우아해 보이는 외교 의전이 고생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
개막식 전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귀빈들의 짐을 찾아 들어주는 짐꾼 역할을 한것이다.입국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3시간 정도 새우잠을 자며 일주일을 보냈다.
윤군은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 교수가 제일 멋있었다고 한다.이유는 간단하다.손에 든 가방 하나 외엔 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난달 20일 독립한 동티모르의 주제 라모스 오르타 외무장관을 수행한 임지수(林志修·23·이화여대 영문과 졸)양은 약간 실망했다.“노벨평화상 수상자와의 멋진 대화를 꿈꿨는데,3박4일 체류기간중 차속이든 어디든 틈만 나면 잠을 자더라고요.”
임양은 오르타 장관으로부터 들은 말은 ‘생큐’와 ‘굿나이트’ 두 마디라며 아쉬워했다.
스벤슨 라이트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센터 소장을 수행한 주은혜(朱恩惠·19·고려대 경영1)양은 정반대로 한·일 관계 등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37세인 라이트 소장의 연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는 주양은 “한국문화에 흠뻑 빠진 것 같았어요.귀국길 선물로 진공 포장된 김치와 비빔밥 재료,호박엿 등을 잔뜩 사들고 갔거든요.”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외빈을 수행하면서 드러난 우리 문화 알리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피터게트 겐스 베를린대 총장을 호암 미술관 외빈전용 전시실로 안내한 손재선(孫載善·19·서강대 사회과학1)군은 “현장에 국보급 도자기 등에 대한 영문 설명이 없어 겐스 총장 등이 의아해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왕족이나 귀족을 수행한 도우미들은 각기 독특한 체험을 했다고 자랑한다.최유진양은 개막식날 브루나이의 빌라 왕세자 측근들이 보여준 ‘충성심’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박지해(朴智諧·20·고려대 경영2)양은 이탈리아에서 온 핀토 백작부인을 수행했다.4박5일 체류에 대형 가방이 4개나 됐으며 보석도 무척 많았다고 한다.영화나 소설에서 본 백작부인의 ‘기품’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로드리게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수행한 전혜원(全惠元·21)양은 “로드리게스 전 대통령이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박물관을 방문하고는 감격했다.”면서 작은박물관 등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 외교의 힘이 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주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눈앞에 닥친 기말고사 준비 등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는 7명의 도우미들이 힘차게 외쳤다.“월드컵 외교 파이팅.”
김수정기자 crystal@
월드컵 개막식을 전후해 한국을 찾은 VIP 대부분이 서울을 떠난 6일.한꺼번에 찾아온 외빈들 의전에 비상이 걸린 외교부의 손발 노릇을 해준 ‘의전 도우미’들이 세종로 중앙청사 외교부 한 회의실에 모였다.최흥식(崔興植) 주 알제리 대사의 딸인 최유진(崔有辰·24·이화여대 관광홍보학과4)양 등 7명이 주인공.재외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각 부처 소속 주재관 자녀들이다.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면접시험을 거쳐 지난달 24일부터 외교부의 ‘의전 태스크포스팀’에서 집중 의전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그동안 의전용 무전기를 사용하며 굳은 딱딱한 말투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12월 군 입대를 앞두고 도우미로 나선 윤재우(尹在佑·20·호주 국립대3)군은 겉보기엔 우아해 보이는 외교 의전이 고생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
개막식 전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귀빈들의 짐을 찾아 들어주는 짐꾼 역할을 한것이다.입국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3시간 정도 새우잠을 자며 일주일을 보냈다.
윤군은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 교수가 제일 멋있었다고 한다.이유는 간단하다.손에 든 가방 하나 외엔 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난달 20일 독립한 동티모르의 주제 라모스 오르타 외무장관을 수행한 임지수(林志修·23·이화여대 영문과 졸)양은 약간 실망했다.“노벨평화상 수상자와의 멋진 대화를 꿈꿨는데,3박4일 체류기간중 차속이든 어디든 틈만 나면 잠을 자더라고요.”
임양은 오르타 장관으로부터 들은 말은 ‘생큐’와 ‘굿나이트’ 두 마디라며 아쉬워했다.
스벤슨 라이트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센터 소장을 수행한 주은혜(朱恩惠·19·고려대 경영1)양은 정반대로 한·일 관계 등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37세인 라이트 소장의 연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는 주양은 “한국문화에 흠뻑 빠진 것 같았어요.귀국길 선물로 진공 포장된 김치와 비빔밥 재료,호박엿 등을 잔뜩 사들고 갔거든요.”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외빈을 수행하면서 드러난 우리 문화 알리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피터게트 겐스 베를린대 총장을 호암 미술관 외빈전용 전시실로 안내한 손재선(孫載善·19·서강대 사회과학1)군은 “현장에 국보급 도자기 등에 대한 영문 설명이 없어 겐스 총장 등이 의아해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왕족이나 귀족을 수행한 도우미들은 각기 독특한 체험을 했다고 자랑한다.최유진양은 개막식날 브루나이의 빌라 왕세자 측근들이 보여준 ‘충성심’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박지해(朴智諧·20·고려대 경영2)양은 이탈리아에서 온 핀토 백작부인을 수행했다.4박5일 체류에 대형 가방이 4개나 됐으며 보석도 무척 많았다고 한다.영화나 소설에서 본 백작부인의 ‘기품’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로드리게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수행한 전혜원(全惠元·21)양은 “로드리게스 전 대통령이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박물관을 방문하고는 감격했다.”면서 작은박물관 등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 외교의 힘이 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주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눈앞에 닥친 기말고사 준비 등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는 7명의 도우미들이 힘차게 외쳤다.“월드컵 외교 파이팅.”
김수정기자 crystal@
2002-06-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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