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부인 최희선씨의 편지 - 16강 염원 당신을 믿어요

유상철 부인 최희선씨의 편지 - 16강 염원 당신을 믿어요

입력 2002-06-04 00:00
수정 200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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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폴란드와 첫 경기를 갖는 4일 밤을 가장 긴장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은 선수 가족들이다.한국의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인 유상철(30)의 동갑내기 부인 최희선씨가 남편에게 띄우는 편지를 통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보다 더가슴 졸이는 선수 가족의 요즘 심경을 느껴본다.

상철씨.

온나라가 월드컵 얘기,축구 얘기로 가득찼어.어제 오후에 다빈(네 살배기 딸)이와 선우(두 살배기 아들)를 데리고 용인 친정에 다녀왔어.홍은동 시댁에서 나와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스물을 갓 넘겼을까,젊은 사람 3∼4명이 마침자기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더라구.

“유상철이가 이번에 잘 해줘야 할 텐데….”,“야야,유상철이 걔 별 볼일 없어.확실한 게 없잖아.”,“그래도 몰라.상철이는 공격,수비,미드필더 못하는 게 없는 멀티 플레이어잖아.”,“그래도 안돼.홍명보만큼 든든하지도 못하고 윤정환처럼 정교하지도 못해.”

나이도 한참 어려보이는 사람들이 전문가인 척하면서 ‘상철이,걔’하고 부르는것이 처음에는 귀에 거슬리기도했어.그래서 얼른 횡단보도를 건너버렸지.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도 모두 자기에 대한 기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흐뭇하더라.

요즘에는 자기보다 내가 더 긴장되는 것 같아.지난번 프랑스전 마치고 집에 왔을때 말수도 줄고 식사도 잘 못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어.요즘에도 오전내 다빈이랑 선우 뒤치다꺼리에 씨름하다가 오후에 애들이 선잠이라도 들면 그때부터 안방,거실,애들방,부엌을 왔다갔다하며 좀체 안정되지 않음을 느껴.

근데 상철씨,질투 느끼지마.난 요즘 자기만 응원하는 게 아니야.선배들,후배들 23명 모두 열심히 뛰어서 16강을 넘어 8강까지 가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야.

상철씨에겐 다른 바람이 없어.열심히 하면서 부디 다치지 말았으면 좋겠어.물론골도 넣으면 더욱 좋겠고.곁에서 다빈이가 “아빠 보고싶은데 언제 축구해.”라고 자꾸 물어.선우도 텔레비전에서 축구 경기만 나오면 “아빠,아빠”하고 옹알거리네.

난 상철씨가 자랑스러워.내일 시부모님이랑 애들과 함께 부산가서 경기 볼게.경기끝나고 숙소 찾아가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우리 월드컵 끝나면 사람들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는 깊은 산속이나 섬 같이 조용한 곳으로 여행가자.사랑해.
2002-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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