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폭 수준의 선거전 막말

[사설] 조폭 수준의 선거전 막말

입력 2002-06-03 00:00
수정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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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막말 선거전이 우려의 수준을 넘어 혐오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양아치’‘쪽팔려’‘미친당’등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비롯,당 지도부,대변인,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이 매일 쏟아내는 막말들은 저급한 조폭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수천만원을 들인 정치 광고도 후보 알리기보다는 상대방 헐뜯기에 골몰하는 느낌이다.상대방을 깎아내린 만큼 내게는 득이 된다는 치기어린 발상이 아닌가 싶다.정치권의 ‘막말 향연’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월드컵 행사 기간에 펼쳐지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다.

지난 1987년 페터 한트게의 연극 ‘관객 모독’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4명의 배우가 앞다퉈 관객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지만 관객들은 갈채를 보냈다.군사독재에 짓눌렸던 암울한 분위기가 욕설을 통해 정화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하지만 막말 선거전은 유권자에게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커녕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정치인들이 내뱉는 막말은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질하는 스토커들의 욕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지방선거의 막말 경쟁을 마치 대통령선거 전초전의 기세 잡기라도 하는 양 가열시키고 있다.막말에 점잖게 대응했다가는 유권자의 시선도 끌지못할 뿐더러,상대 진영으로부터 기선을 제압당한다는 ‘막가파식’손익계산법도작용하고 있는 듯하다.여기에 맹목적인 충성 경쟁까지 가세하고 있다.정치권이 막말을 어떤 식으로 합리화하든,유권자들의 인격과 정치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모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국민 전체를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려는 정치권의 막말 경연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시민·사회단체를 통한 감시 활동은 물론 인터넷 등을 통해 끊임없이 경종을 울림으로써 이를 종식시켜야 한다.선거관리위원회도 탈법·불법선거운동 단속이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법의 심판에 앞서 ‘명예 훼손’의 기준을 보다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해 막말 경연을 사전에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국민들이 혐오하는 막말 경쟁은 결국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까지 초래할 것이다.정치권은 막말 경연으로는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2002-06-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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