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뒤틀린 美 ‘덕수궁 아파트’ 이기심

[기고] 뒤틀린 美 ‘덕수궁 아파트’ 이기심

박완기 기자 기자
입력 2002-05-22 00:00
수정 200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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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중구 정동에 캐나다 대사관을 짓기 위해 서울시가 용도변경을 허용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당시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예외 조치가 러시아 대사관에 이어 캐나다 대사관 건설에도 계속 이어질 경우 앞으로 준비중인 미 대사관 건설도 원칙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캐나다 대사관 건설은 우리나라가캐나다로부터 배려를 받았기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용도변경 허용이 불가피하지만 미 대사관 건립에 대해서는분명한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답변했었다.그러나 지난 17일언론을 통해 건교부가 옛 덕수궁 터에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지어지는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기 위해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현행 주택건설촉진법에는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주차장과 어린이 놀이터,상가 등 부대시설을 갖추어야 하며 일반 분양하도록 되어 있어 미대사관측이 제시한 54가구 8층짜리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그러나 미 대사관측은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아파트를 짓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대사가 직접 건교부장관과서울시장을 만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국내법으로는 지을 수 없는 아파트 건설을 미 대사관측은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해 사업승인을 얻고자 했고 우리 정부는 심각한 고려없이 이를 수용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정동일대는 역사적인 문화재와 문화시설이 밀집되어 있는지역이다.과거 경운궁이 있었으며,덕수궁과 옛 러시아공사관,정동교회 등 문화유산이 몰려 있어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으며,외국인들에게는 중요한 관광지로 소개되는 우리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데 덕수궁 바로 앞에,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한 8층짜리 아파트가 건립될 경우 역사경관의 훼손은 피할 수 없다.이를강행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한국의 역사경관 보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새로운 보도에 의하면 건교부는 미 대사관측이 서울 덕수궁 뒤편에 건설하는 15층 규모의 대사관건물 및 4층 경비숙소의 주차장을 국내 법정주차대수보다 적게 지을 수 있도록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한다.서울시 조례에 의하면 529대를 지어야하지만 자체 수요조사 결과 116대 정도라며 예외적용을 요청하였다고 하니 국내법을 무시하는 그들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복궁을 비롯한 문화유산을 복원하고있는 정부가 덕수궁 훼손이 명백히 예견되는 일을 방조해서는 안된다.특히 이러한 조치가 정부가 앞장서 수호해야 할국내법을 개정하면서 추진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기고 국민의 법 감정에 배치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련법의 개정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미국도 자기나라의 문화유산이 중요하듯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아파트 건립계획을 중단해야 한다.시민들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아파트 건립을 중단시키기 위해 정부와 미국에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이를 통해 덕수궁터에 아파트 건립이 중단되고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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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
2002-05-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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