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박근혜와 김정일

[씨줄날줄] 박근혜와 김정일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5-07 00:00
수정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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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朴槿惠) 의원이 11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드러난 방북 목적은 지극히 사무적이다.재단법인 주한(駐韓)유럽연합상공회의소·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와 만나 남북간 상호협력 및 교류 문제를 협의한다고 했다.지난해 5월 유럽 24개국 주한 외교관과 상공인 등 600여명으로 구성된 재단법인이 북한 어린이에게 축구공 3만개를 보내는 등 민간 차원의 지원 활동이 인연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의 북한 방문은 예사롭지 않다.사흘이나 북한에 머물다 보면 십중팔구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만날 것이다.두 사람의 하고픈 얘기로 말하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다.말머리는 아버지 시대로 올라 갈 것이다.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남북은 본격적인 대결 시대를맞는다.1917년생 박 대통령이나 1912년생의 김일성이 모두50세 전후로 나름대로 지도력을 발휘하던 시절이었다.박 대통령은 강인한 의지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부국강병 경쟁에서 김일성 주석을 압도했다.

세상 일이 선의의경쟁에서 지면 폭력을 쓰게 되나 보다.박 의원이 22살이던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어머니를잃는 쓰라림을 맞는다.북한의 사주를 받은 조총련계 문세광이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저격하는 테러를 자행했다.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육 여사였고 보면 박 의원의 슬픔은 원한으로 응어리질만도 했을 것이다.박 대통령의 장녀였던 박 의원은 많지 않은 나이에 어머니의 빈 자리를 대신해야 했다.자신을 돌볼겨를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박 의원은 독자적으로 정당을 하나 창당할 만큼 무게있는 정치인이 되었다.두 사람은 아버지들이 치열한 부국강병 경쟁을 벌이던 그 나이가 되었다.박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을 조금 부풀린다면 두 사람의 역할도 엇비슷한처지다.박 의원은 어머니가 끔찍한 불행만 당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평범한 가정 주부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두사람이 마주할 첫 장면이 궁금해진다.그리고 두 사람의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하고 무슨 말을 이어갔는지 나중에도 알았으면 좋겠다.꼬박꼬박 계산서를 주고 받을 수만도 없는민족 분단사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든다.박 의원 다짐대로 두 사람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구름판이 되기를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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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2-05-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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