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아들과 우산

[2002 길섶에서] 아들과 우산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2002-05-01 00:00
수정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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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전만 해도 우산은 귀한 물건이어서 식구 수대로갖춘 집이 많지 않았다.두어 개 있는 것중 번듯한 건 당연히 가장 몫이고,발빠른 형제자매가 살 부러진 거라도 먼저들고 나가면 나머지는 비를 쫄쫄 맞으며 집을 나서야 했다.그러더니 먹고 살 만해지니까 우산도 흔해졌다.사은품·선물로 많이 오가는 데다 비닐우산조차 여러 차례 쓸 만큼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집에 우산이 열개쯤 있는 걸 보고 ‘살림에 낭비가 있는 건 아닌가.’ 민망했던 적이 있다.그랬는데 엊그제비 소식에 찾아 보니 의외로 몇 개 남지 않았다.그 가운데나은 걸 점찍어 놓았는데 웬걸,다음날 아침 아들이 한발 앞서 나가면서 그걸 집어드는 것이다.“이 녀석아,그건 아비거야.”했더니,녀석,뒤도 안 돌아보고는 “에이,먼저 집는사람이 임자죠.”하면서 그냥 가는 게 아닌가.‘아뿔싸! 이 시대 가장의 권위는 나은 우산 챙길 만큼도 남지 않았단말인가.’하고는 껄껄 웃었다.

이용원 논설위원

2002-05-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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