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너무 조용한’ 韓國

[오늘의 눈] ‘너무 조용한’ 韓國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4-23 00:00
수정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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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더 화가 나는 쪽은 한국일텐데 오히려 중국보다약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22일 정부가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부른 자리에서 만난 한 일본 기자의 말이다.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도,한국 언론의 조용한 보도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일본기자의 눈에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둔 시점에 고이즈미 총리가 전격적으로 감행한 신사 참배가 한국민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한 것으로 보이나 정작 한국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어서 의외로 비춰진다는 뜻이다.

중국은 일요일인 21일 저녁 곧바로 성명 발표와 함께,아나미 고로시게(阿南惟茂) 중국 주재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했다.우리 정부도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깊은 유감’을 밝히면서 월드컵과 신사참배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대응 수위에 한계가 있음을 일찌감치 내비친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의 항의 수준을 이미 알아차린 데라다 대사에게 22일 우리 정부의 항의는 ‘아무리 맞아도 아프지않은 매’였을 것이다.게다가 우리 정부는 주일대사 소환등 추가 조치를 취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총리 방한을 수용한이후 일본에 계속해서 끌려다닌 느낌이다.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고교교과서가 지난 9일 검정통과,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관계가정상으로 복원됐다는 우리 정부의 평가를 무색케 했다.당시 우리 정부는 오히려 일부 내용을 고치도록 요구한 일본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독도 문제에 대한 수정 요구도,공식 항의도 하지 않았다.그러면서 독도 문제는 역사공동연구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떠넘겼다.그러나 지난 15일열린 제1차 한·일 역사공동연구 지원위원회는 독도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며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문제와 관련,완강한 태도를 고집하고 있는 일본을상대로 한 외교적 대응이 쉽지 않음도,월드컵 공동 개최라는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당위성도 십분 이해한다.그러나 일본이 한국민의 감정에 정면 도전하는,무례를 계속 범하는 데 대해 우리 정부가 합리적·현실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만 호소하는 것이 능사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김수정 정치팀 기자 crystal@
2002-04-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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