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칙한 한국학 [스콧 버거슨 지음/이끌리오 펴냄].
아무리 겸허하려 해도,비평의 도마에 오른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이 못 된다.하물며 33세 벽안(碧眼)의 젊은 이방인에게 한국과 한국인의 초상이 일방적으로 가치평가된다면어떨까.
한국문화 비평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스콧 버거슨이란 이름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지난 99년 촌철살인의 한국문화 비평서 ‘맥시멈 코리아’를 펴내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다.그가 다시 한국사회와 문화를 통째로 도마 위에올렸다.
새 책 ‘발칙한 한국학’(주윤정·최세희 옮김,이끌리오)에서 그는 예의 그 걸쭉한 필담으로 솔직담백한 ‘한국 바라보기’를 계속하고 있다.미국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다 서울에 발을 들인 지 6년째.궤변에 억설이다 싶은 대목도 더러 엿보이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식견은 혀를 내두를 만큼 깊고 넓다.그동안 헌책방,고서점까지 뒤져가며 챙겨 읽은 한국학 관련 서적이 수백권도 넘는다.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글이 책 들머리의 ‘한국에 대한 이상한 책 여행’이다.
예컨대 1879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간된 책 ‘조선과 열번째 유태족’에 대한 ‘시비’ 가리기.맥로드라는 스코틀랜드인이 한민족을 이스라엘의 열번째 종족이라 몰아간 문제의 책은,전적으로 일본 문서에만 근거한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조선인이 이스라엘의 마지막 종족이었다는 주장은 조선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계획을 우회적으로 정당화해준다.”는 게 그의 주장.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고서는 이같은 통찰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거였다.
이방인 문화관찰자의 날카로운 촉수는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라고 몇번이나 되뇌이며보고 느낀대로의 문화행태 해부로 일관한다.열렬히 새 것만 숭배해서 출고된 지 5년 넘은 자동차는 보기 드물고,노인공경 사회라면서 정작 주요 산업은 젊은층만 겨냥하며,자연미를 한국예술의 특징이라 꼽으면서도 동대문 시장은가짜천국이고,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는 걸 ‘쿨’(Cool)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의 나라.그의 눈에 한국은 아무래도 “이상함이 넘쳐나는 나라”이다.
혼자 쓰고만들고 파는 1인 잡지 ‘버그’(Bug)를 펴내온 지은이답게 열심히 다리품을 판 글들도 눈에 띈다. 주류한국사회가 중시하는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태원,일요일이면 필리핀인들이 몰려 ‘리틀 마닐라’가 돼가는대학로에서 숱한 이국인들을 만났다.그들을 붙들고 꼬치꼬치 캐물어 기록해둔 한국에 대한 감상들을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실었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
아무리 겸허하려 해도,비평의 도마에 오른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이 못 된다.하물며 33세 벽안(碧眼)의 젊은 이방인에게 한국과 한국인의 초상이 일방적으로 가치평가된다면어떨까.
한국문화 비평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스콧 버거슨이란 이름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지난 99년 촌철살인의 한국문화 비평서 ‘맥시멈 코리아’를 펴내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다.그가 다시 한국사회와 문화를 통째로 도마 위에올렸다.
새 책 ‘발칙한 한국학’(주윤정·최세희 옮김,이끌리오)에서 그는 예의 그 걸쭉한 필담으로 솔직담백한 ‘한국 바라보기’를 계속하고 있다.미국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다 서울에 발을 들인 지 6년째.궤변에 억설이다 싶은 대목도 더러 엿보이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식견은 혀를 내두를 만큼 깊고 넓다.그동안 헌책방,고서점까지 뒤져가며 챙겨 읽은 한국학 관련 서적이 수백권도 넘는다.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글이 책 들머리의 ‘한국에 대한 이상한 책 여행’이다.
예컨대 1879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간된 책 ‘조선과 열번째 유태족’에 대한 ‘시비’ 가리기.맥로드라는 스코틀랜드인이 한민족을 이스라엘의 열번째 종족이라 몰아간 문제의 책은,전적으로 일본 문서에만 근거한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조선인이 이스라엘의 마지막 종족이었다는 주장은 조선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계획을 우회적으로 정당화해준다.”는 게 그의 주장.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고서는 이같은 통찰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거였다.
이방인 문화관찰자의 날카로운 촉수는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라고 몇번이나 되뇌이며보고 느낀대로의 문화행태 해부로 일관한다.열렬히 새 것만 숭배해서 출고된 지 5년 넘은 자동차는 보기 드물고,노인공경 사회라면서 정작 주요 산업은 젊은층만 겨냥하며,자연미를 한국예술의 특징이라 꼽으면서도 동대문 시장은가짜천국이고,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는 걸 ‘쿨’(Cool)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의 나라.그의 눈에 한국은 아무래도 “이상함이 넘쳐나는 나라”이다.
혼자 쓰고만들고 파는 1인 잡지 ‘버그’(Bug)를 펴내온 지은이답게 열심히 다리품을 판 글들도 눈에 띈다. 주류한국사회가 중시하는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태원,일요일이면 필리핀인들이 몰려 ‘리틀 마닐라’가 돼가는대학로에서 숱한 이국인들을 만났다.그들을 붙들고 꼬치꼬치 캐물어 기록해둔 한국에 대한 감상들을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실었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
2002-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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