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자의 시골 살림살이

여성학자의 시골 살림살이

입력 2002-04-12 00:00
수정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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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밥먹구 가(오한숙희 지음/여성신문사 펴냄).

페미니즘과 전원주택.뚜렷한 연결핀이 없어보인다.하지만오한숙희씨에겐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아줌마 밥먹구 가’(여성신문사)는 한 여성학자가 전원주택에서 가족,이웃들과 꾸려가는 살림이야기를 살붙여 들려주는 책.

김포 고촌면 외길 깊숙이 들어앉은 그의 집은 거창한 전원주택이라기 보단 시골집에 가깝다.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둥지를 튼지 7년.그와 식구들은 촌냄새 풀풀나는 내지인이 다 됐다.

마을을 빙빙도는 마을버스 한 대가 대중교통의 전부인 이곳에서 텃밭을 일구고 가축들을 키우며 그는 생명,농심(農心)과 가깝게 사귄다.흙과 자연은 알면 알수록 여성적이다.아무리 땡볕이어도 여름내 김매기를 거르지 않는 늙은 농군 부부에서 자식키우는 모성을 엿보고,짝을 못만나면 그대로 자가수정해버리는 벼꽃을 통해 여성 종속적 세상에홀로서는 꿋꿋함을 배운다.오숙희로 알려진 그가 어머니성을 같이 쓰는 것도,가축들 출산을 목격하며 ‘자연은 원래 모계’란 믿음을 굳히게 된 것과무관치 않다.

남성중심 문명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이처럼 체험에서 우러난 것.여성적인 것을 불온시하고 소외시켜온 지배문화가생명과 섭리에 대한 경시를 낳고 결국 문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그는 안타까워 한다.

에코페미니즘(여성주의와 환경의 연계)이 더이상 신조어가 아닌,여성주의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는 세상이다.그런데도 ‘…밥먹구 가’는 여전히 새롭다.당위나 관념이 아닌,한 수더분한 아줌마가 가슴 밑바닥까지 내보이며 토해내는 체험의 호소력 때문.아내,예비아내들이 한나절 집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 궁금할 남성들에게 특히 읽어보기를권한다.말미에는 여성주의 평화운동 모임,웃는 명절 만들기 지침,호주제 폐지나 한부모 가정을 위한 사이트 등도안내,어려움 겪는 여성들을 위한 정보길잡이 노릇도 잊지않았다.8500원.



손정숙기자 jssohn@
2002-04-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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