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공약 평가’ 파열음 가속

재계 ‘공약 평가’ 파열음 가속

입력 2002-03-23 00:00
수정 2002-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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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공약 평가를 둘러싼 재계의 파열음이 심상찮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규제완화 요구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선후보의 공약평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반면 나머지 4개 경제단체는 시큰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아예 거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 4일 조남홍(趙南弘) 경총 부회장은 “경제5단체 모임인 ‘경제단체협의회’ 아래에 평가위원회를 두고 대선후보의 공약을 평가하겠다.”고 선언했다.재계의 맏형격인 전경련 손병두(孫炳斗) 부회장 등 재계 5단체 상근부회장이 회동을 가진 직후였다.

그러나 손 부회장은 열흘 뒤인 지난 14일 이를 번복했다.

대선후보 공약평가는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실효성이의문시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무역협회도 전경련의 손을 들어 줬다.김재철(金在哲) 무협 회장은 2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조찬모임에서 “대선후보 공약 평가는 공식적인 결의사항이 아니었다.”고 밝혀 재계의 ‘내홍(內訌)’을심화시켰다.이로써대선공약 평가를 공식 결의사항이라고 발표한 경총 주장은 ‘진실성’에 의심을 받게 됐다.

현재 경제5단체 가운데 공약평가에 적극적인 단체는 경총 뿐이다.전경련은 평가작업을 강행한다면 아예 참여하지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대한상의와 무역협회는 신중하다.

박용성(朴容晟) 상의 회장은 최근 “5단체장들이 선언적의미로 결의한 것일 뿐 구체적인 내용은 더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는 제한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중앙회는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소기업관련 부분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가 이처럼 대선공약 평가를 두고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논의형성 과정이 지나치게 급조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내부적으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단체협의회 사무국인 경총이 너무 앞서간 나머지 이런 국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총으로서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에 대비해 ‘대립각’ 형성 차원에서 대선공약 평가란 카드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논의과정이 충분치 못했다.”고 꼬집었다.

재계는 다음주 초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 회의를 갖는다.

따라서 그 때에 가야 재계의 공식적인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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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승기자 ksp@
2002-03-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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