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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에서 탈출해 중국을 거쳐 국내에 다시 들어왔다는 유태준씨의 2차 탈북 과정이 상당부분 거짓말로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5m 높이의 전기철조망을 뛰어넘어 탈옥하기는커녕,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필 지시에 따라 풀려난 뒤 북한 주민들조차 선망한다는 도정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북한 경비병의 꾐에 따라 북한 땅을 밟았다는 잠입 경위부터 시작해 탈북기(脫北記)곳곳이 거짓으로 뒤범벅돼 있다.14일 유씨를 재소환해 조사한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그가거짓말한 원인을 개인적인 성향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유씨가 평소 과장된 언행을 자주 했으므로 이번에도 소영웅주의에 빠져 자신의 행적을 부풀렸을 것이라는 식이다.그러나 유씨의 엉터리 탈출기가 소영웅주의에서 비롯됐다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먼저 관계기관이 한마디만 하면 금세 탄로날 거짓말을 하고자 기자회견까지 가졌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아울러 그의 거짓말을 곧바로정정했어야 할 국정원이,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에도 침묵을 지키다 거듭 의혹이 제기되고서야 거짓임을 공개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만 하루 동안 국정원은 귀와 눈을 닫고 있었다는 말인가,아니면 유씨의 거짓말이 ‘불리’하지 않다고 보아 모른 척하기로 했던 것인가.이처럼 국정원의 대응이 불투명했기에 지금 항간에는 유씨 거짓말의배경이 무엇인가를 놓고 괴소문이 떠돌며 일부에서는 제2의 ‘수지 김’사건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유씨는 도정공장에서 일한 사실을 숨기고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에서 탈출한 것처럼 꾸며낸 까닭을,“김정일 위원장의 교시에 의해 풀려났다고 말하면 그가 남한 사람들에게위대하게 보일 것 같아서”라고 해명했다고 한다.우리는이같은 발언이 행여 국정원의 이해 못할 대응을 설명해 주는 핵심어는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북한과 김 위원장을 폄하하는 일이 결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식의 냉전의식이 아직도 일부 세력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이번 유씨의 탈북과정날조 사건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유씨의 탈북 과정을 엄밀히 재조사해 국민 앞에 진상을 공개해야 하며,국정원 등 일부 국가기관의 석연치 않은 행동도 그 원인을 밝혀야 한다.곁들여 국정원 등 관계기관 직원의 업무 태만에서 사건이 확대된 점이 있다면 상응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2002-02-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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