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관계.아니,좀더 정확히는 아내와 남편의관계.제26회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권지예(42)씨의 첫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창작과 비평사 펴냄)에는 부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핏줄처럼 촘촘히 교직돼 있다.
성급한 독자에게는 불쑥 어쭙잖은 의문부터 고개들지 않을까.부부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그닥 감칠 맛 있을까,혹여 통속소설같은 비루한 뒷맛에 찜찜해지진 않을까….
소설은 완강히 손사래친다.부부관계의 균열에 초점을 맞췄으되 그건 결국 격정적 삶을 희구하는 간절하고 순수한인간의 욕망과 줄을 대고 있지 않냐고 되묻는다.사랑의 환상을 딛고 일어서려는 남녀의 힘겨운 ‘마음 다스리기’가 8편의 중·단편을 통해 간단없이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맨먼저 시선이 쏠리는 글은 아무래도 표제작이자 작가의등단작인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쪽이다.5년 열애끝에 결혼했건만 지난날의 열정이 식어버린 서울의 아내와 파리의 남편.서른 네살의 여자와 그 남편은 사라진 열정의흔적을 들키지 않으려 몸부림쳐보지만,현실은아랑곳없다.
유학중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2년만에 파리를 찾은 여자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분노를 복수로 갚아주고 싶다.
그도 잠시뿐.남편으로 향하는 그리움과 사랑을 불륜으로달래왔던 자신의 일탈을 떠올리며 이내 갈등한다.그러나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몰래 수첩에 담아온 남편의 불륜 증거들을 버리고 담담히 자유로워지기로 한다.
줄에 매달아 놀리는 프랑스 인형극 ‘마리오네뜨’는 끊어질 듯 위태로운 부부의 앙상한 관계를 적나라하게 은유하고 있는 셈이다.
작중 화자는 거개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여자들이다.그들은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일탈을 꿈꾼다.일상의우물에 푹 빠져 살아야 한다고 주문을 걸었던 여자들과 그 곁의 남자들.그들을 통해 일탈을 허용치 않는 ‘결혼의형식’을 에누리없이 까발리는 작가의 솜씨는 대목대목에서 민첩하고 맵짜다.파리 유학시절에 만난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편(정육점 여자),한때 남편의 후배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던 여자(섬),남편의 배신에 지중해 여행을 나섰다비로소 순수한 사랑을만난 마흔다섯살의 여자(상자속의푸른 칼)….이들이 작가의 자유분방한 필담을 빌려 하나둘 자기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에는 소설적 흥미와 철학적 고민이 반반씩 사이좋게 놓였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권씨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유학했다.97년 문예지 ‘라쁠륨’에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등단했고 단편 ‘뱀장어 스튜’로 올해 이상문학상대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
성급한 독자에게는 불쑥 어쭙잖은 의문부터 고개들지 않을까.부부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그닥 감칠 맛 있을까,혹여 통속소설같은 비루한 뒷맛에 찜찜해지진 않을까….
소설은 완강히 손사래친다.부부관계의 균열에 초점을 맞췄으되 그건 결국 격정적 삶을 희구하는 간절하고 순수한인간의 욕망과 줄을 대고 있지 않냐고 되묻는다.사랑의 환상을 딛고 일어서려는 남녀의 힘겨운 ‘마음 다스리기’가 8편의 중·단편을 통해 간단없이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맨먼저 시선이 쏠리는 글은 아무래도 표제작이자 작가의등단작인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쪽이다.5년 열애끝에 결혼했건만 지난날의 열정이 식어버린 서울의 아내와 파리의 남편.서른 네살의 여자와 그 남편은 사라진 열정의흔적을 들키지 않으려 몸부림쳐보지만,현실은아랑곳없다.
유학중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다 2년만에 파리를 찾은 여자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분노를 복수로 갚아주고 싶다.
그도 잠시뿐.남편으로 향하는 그리움과 사랑을 불륜으로달래왔던 자신의 일탈을 떠올리며 이내 갈등한다.그러나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몰래 수첩에 담아온 남편의 불륜 증거들을 버리고 담담히 자유로워지기로 한다.
줄에 매달아 놀리는 프랑스 인형극 ‘마리오네뜨’는 끊어질 듯 위태로운 부부의 앙상한 관계를 적나라하게 은유하고 있는 셈이다.
작중 화자는 거개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여자들이다.그들은 자의에서건 타의에서건 일탈을 꿈꾼다.일상의우물에 푹 빠져 살아야 한다고 주문을 걸었던 여자들과 그 곁의 남자들.그들을 통해 일탈을 허용치 않는 ‘결혼의형식’을 에누리없이 까발리는 작가의 솜씨는 대목대목에서 민첩하고 맵짜다.파리 유학시절에 만난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남편(정육점 여자),한때 남편의 후배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던 여자(섬),남편의 배신에 지중해 여행을 나섰다비로소 순수한 사랑을만난 마흔다섯살의 여자(상자속의푸른 칼)….이들이 작가의 자유분방한 필담을 빌려 하나둘 자기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에는 소설적 흥미와 철학적 고민이 반반씩 사이좋게 놓였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권씨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유학했다.97년 문예지 ‘라쁠륨’에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등단했고 단편 ‘뱀장어 스튜’로 올해 이상문학상대상을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
2002-01-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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