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부패보다 무서운 거짓

[굄돌] 부패보다 무서운 거짓

남경태 기자 기자
입력 2002-01-30 00:00
수정 2002-01-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른바 IMF 시대가 한창이던 1998년 우리에게 박찬호,박세리와 더불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데 나름대로 위안(?)이 되었던 미국발 통신이 있었다.당시 미국 대통령 빌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에 시달렸던 사건이 그것이다.

별것 아닌 해묵은 스캔들을 새삼스레 다시 꺼낼 필요는없겠다.다만 그때 그 사건이 왜 필요 이상으로 화제가 되었는지를 곱씹어보면 지금 우리의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문제가 나온다.

고위 공직자라 해도 사생활이 있는 이상 클린턴은 단순히 성 추문 사건 때문에 비난받은 게 아니다.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지경에까지 이른 이유는 바로 그가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처음부터 솔직히 털어놓았으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지.” 이게 당시 미국민과 하원의 생각이었고 아마 클린턴 자신의후회이기도 했을 것이다.

각종 게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작부패보다 큰 문제는 거짓말이다.연루된 공직자들은 처음에 거짓을 말하다가 그게 탄로나면변명을 하고 막판까지 가면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우긴다.하긴,거짓으로 일관하는 게 어디 사회 지도층 뿐이랴.TV 프로에서 보듯이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일반 시민들도 처음에는 거짓과 변명을 늘어놓다가 결국은 자신의 불운을 탓하는 게 기본 코스다.탄로난 거짓까지도 대충 얼버무릴 수 있다는 것은 총체적으로 거짓이 관용되는 사회이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부패는 어느 사회에나 있다.따라서 부패의 근절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다(역대 쿠데타 정권이 늘 부패 척결을 맨 먼저 외쳤음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건 그 환상을 현실로믿었기 때문이다).중요한 것은 부패 자체보다 부패를 과연 잘못으로 인식하고 인정하느냐의 여부다.

부패 행위가 탄로났다면 설사 뉘우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아차 걸렸구나!” 하고 솔직한 태도를 취하는 게 옳다.잘못을 뉘우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다.그게 게임의 법칙이며,범법자로서 최소한이나마 당당한 자세이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자세다.



△남경태 번역가
2002-01-30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