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진퇴의 미학

[씨줄날줄] 진퇴의 미학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1-18 00:00
수정 200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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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신임 검찰총장에게 ‘최고의 검사’니 ‘특수 수사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하나같이 칭찬의 말이요 강점을 부각시켜 주는 말이다.이명재(李明載) 총장의‘능력’을 콕 짚어 낸 것은 아닐지 모른다.새 총장에 대한‘기대’를 담은 세상 인심의 단면일 것이다.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요즘,검찰복을 흔쾌하게 벗어던졌다가7개월 만에 검찰 총수로 멋진 복귀를 한 신임 총장의 처신이 회자되고 있다.그래서 ‘진퇴(進退)의 미학’이 얘기되고 있는 것이다.

‘진승현 게이트’ 수배자의 해외 탈출에 이은 ‘이용호게이트’ 수배자의 호화판 도피 행각은 검찰의 정상 가동을의심케 한다. 도망자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최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고급 술집을 드나들며 주식 투자까지 했다고한다. 검찰이 5개월 동안 행적도 감지하지 못했던 수배자를특별검사는 한 달여 만에 붙잡았다.수사는커녕 수배자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는 검찰이 됐다.

신임 총장은 엄정한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각종 ‘게이트’수사를 원점에서다시 점검해 휘어진 곳을곧게 하고,막힌 곳은 뚫고 나서 다음 단계 수사를 진척시켜야 한다.조직의 역동성은 공정한 인사에서 샘솟는다.있는대로 밝히려는 소신과 치부를 캐낼 줄 아는 진용으로 탈바꿈시켜 동요하는 검찰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 신임총장은 “시간을 조금만 달라.”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질타해도 감수하겠다.”고 다짐했다.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많이 들어 본 언급이련만 이번만은 예사롭지 않다.지난해 5월의 이른바 ‘아름다운 퇴장’과 무관치 않다.“후배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위대한 검사는 좋은 보직에서 나오는 것이아니라 정의에 대한 신념과 열정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기고 ‘앞날’도 생각할 수 있는 서울고검장 자리를 훌쩍떠났던 그였다.

올해는 검찰의 과제가 유난히 많고 무겁다.당장은 검찰의사기를 되찾는 내부의 개혁에서 시작하여 얽히고설킨 게이트를 수습해야 한다.그러나 검찰의 가장 무거운 짐은 아무래도 선거 사건들일 것이다.검찰 내부의 일탈을 경계하는한편외부의 유혹이나 청탁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당대의평판을 좇기보다 후세 사가들의 기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서울고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의 ‘아름다운 퇴장’을 또한번 기대해 보고 싶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2-01-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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