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JQ(잔머리 지수)

[씨줄날줄] JQ(잔머리 지수)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1-03 00:00
수정 200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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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EQ(감성 지수) 신드롬이 대단했다.7,8년 전이었을 것이다.‘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있는 감성을 키워야 한다며 법석을 떨었다.공부를 잘해야‘성공’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당시로서 EQ의 등장은충격이었다.IQ(지능 지수)의 철옹성에 금이 가면서 갖가지지수가 풍미했다.HQ(건강 지수),RQ(낭만 지수),CQ(창조력지수),DQ(디지털 지수)에 에티켓 지수라는 것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IQ,EQ와 함께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지수는 엉뚱하게도 JQ라는 것이다.‘잔 머리’를 알파벳으로 표기하면서 J자를 따고,지수라는 의미의 영어 Quotient에서 Q를 조합해 만든 조어(造語)다.정면에 나서지 않고 뒤편에서 자질구레한 꾀나 부려 ‘몫’을 챙기려는 행태를 패러디한 말이다.대의를 주장하고 실천하기보다는 사사롭게 자신의 입지나 강화시키려 잔꾀를 부리는 소인배 성향을 꾸짖는 경구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에는 JQ좋은 층이 많은 것 같다.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더라도 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될즈음이면 감쪽같이 해외로 도피해 법망을 피한다.금품 수뢰 사실이 불거지면 곧 검찰에 소환되어사법 처리될 망정 눈 하나 깜짝 않고 ‘일면식도 없다’거나 ‘곧바로 되돌려 주었다’고 둘러 댄다.떳떳한 길을 택하기보다는 감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매수해 입을 막으려는 것도 JQ 좋은 사람 아니면 생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지 못한 속내가 들여다 보이는 ‘잔머리’ 행태는개인뿐이 아니다.직능 단체 심지어 지성의 산실인 대학조차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정당을 대표하는 정치권 인사를 초청,자신들의 주장을 테마로토론회 등을 마련해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이미 실패한 쟁점에 대해 정치적 결론을 유도하려 하는 행위는 결코 묵과되어서는 안된다.

문제는 JQ적 행태의 주인공이 대개는 국가 사회의 지도층이거나 국가 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단체들이라는 점이다.스스로는 꼼수가 ‘완전 범죄’였다고 착각하는지 모르지만 세상은 거울을 들여다 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음을 새겨야 한다.가진 자들의 탐욕,누린 자들의 탈법적 향유,지성인들의 매명(賣名) 행각에 이르기까지 부끄럽고 개탄스럽다.새해가 밝았다.간절한 마음으로 ‘잔머리’들의대오 각성을 촉구해 본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2-01-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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