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野·政정책협의회’의 무게

[사설] 첫 ‘野·政정책협의회’의 무게

입력 2001-11-21 00:00
수정 200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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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야당인 한나라당이 오늘 30대 그룹 지정제 폐지 등재벌 규제완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야·정 정책협의회’를 갖는다.과거 정부가 야당에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구한 적은 있으나 국회 법안제출을 앞두고 법안의 내용을야당과 공식협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야·정 정책협의회가 열리게 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당 총재직을 사퇴한 이후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지난 시절에는 정부가 여당과 당정회의를 거쳐 법안을처리했고,야당에는 기껏해야 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그러나 이제 여야없이 정부의 정책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협조할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야 ·정 정책협의회는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국정운영에대한 책임이 막중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국정운영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책임지고,특히 국회책임 부분에서는 한나라당이 큰몫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법안 제출에 앞서 야당과 협의하는 것은 국회에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법안 처리에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할수 있을 것이다. 경제·민생문제 관련법안 협의나 처리에도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시적인 시스템이기는하지만 잘 운용한다면 다음 정권에서도 바람직스러운 국정운영의 한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정 정책협의회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정권 종반기에 정부가 집권당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게되자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야·정 정책협의회를 가동하려 했다면 이는 야당의 눈치를 보거나 정책 수행의 책임을지지 않으려는 회피 수단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잖아도 고위공직자들의 정치권 눈치보기가 고질적인 문제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야당을 끌어들여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정책수행의 과단성이 훼손되고 공직자들의 무사안일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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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도 국정에 참여하기보다는 힘을 과시하고 정책을 주도하려는 무리수를 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이번 야·정 정책협의 내용인 재벌규제 완화 문제도 정부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24개그룹)만 규제키로하는 안을 마련한 반면 한나라당은 자산규모 40조원 이상의 4대 그룹만 규제대상으로 삼자는 입장이어서 절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야·정 협의가 재벌개혁의 후퇴를 촉진하거나정부와 국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여당인 민주당도 그동안 독점했던 당정협의 기능의 분점에 대한 상실감으로 야당과의 힘겨루기에 나서 야·정협의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야·정 정책협의회에 앞서 정부는 정책수행 의지를 확고히 하고,여야는 다함께 정책정당으로서 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2001-11-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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