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이 함락되면서 탈레반정권의 패색이 급속히 짙어지고 있다.본지 전영우·이영표 두 기자는 개전 직후 아프간 북부에 급파돼 카불 함락 직전까지 전장소식을 생생히 보도했다.두 기자가 목격한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간인들의삶의 여러 모습을 3회에 나누어 싣는다.
아프가니스탄은 ‘무자헤딘’의 나라다.어디를 가나 무자헤딘으로 가득하다.무자헤딘이란 ‘지하드’(성스러운 전쟁)를 수행하는 전사를 뜻한다.
수백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졌던 이 나라는 모든 남자들이 무자헤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디서든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멘 남자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호자바우딘에서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도 이 도시를 경비하는무자헤딘들이었다.심지어 열너댓살 남짓한 소년들도 자신을‘무자헤딘’이라고 서슴없이 소개한다.상인과 농부,운전사가운데도 전투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쟁에 워낙 익숙한 탓인지 총알과 포탄이 오가는 치열한전투 속에서도 병사들은 오히려 여유있는 표정들이다.주변마을에도 전쟁에 아랑곳 않고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한가로운 모습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을마다 민병대가 조직돼 있어 10대 초반의 어린아이들도총을 다룰 줄 안다.가족이나 친척이 죽음을 당하면 주저하지 않고 복수를 위해 군에 입대,무자헤딘이 된다.이러다 보니30대 중반에 이미 군 경력이 15∼20년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전투 경험이 많은 이들은 단위 부대의 ‘커맨더’(지휘관)가 된다.
‘키슘’이라는 마을에서 만난 18세의 소년 커맨더 마무드파히드는 탈레반에게 죽은 유명한 우즈베크족 커맨더의 아들이다.동료들이 파히드를 직접 커맨더로 선출했다.그리고 아버지뻘 되는 병사들도 자발적으로 이 소년 대장의 지시에 복종한다.웃을 때 볼에 보조개를 드러내는 이 잘 생긴 소년 대장은 나름대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군대와 비교할 때 이들의 ‘군기’는 엉망이다.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도 있지만 대개는 ‘페란’이라는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웃옷과 ‘던번’이라는 한복 바지 같은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이처럼 옷도 제각각인데다 총을 거꾸로 메고 다니는 이도 많다.“총을 한번 보자”고 하면 쉽게 내어주고,“사진을 찍자”면 주저없이 허공에 대고 총을쏴 댄다.그러나 민간인들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일은 절대 없으며,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하다.
전 국토가 산악지대인 아프간은 오랜 전쟁으로 전기와 도로 등 사회 기반시설이 매우 취약하다.특히 산간에는 포장도로가 전혀 없어 해발 1,500m가 채 안되는 산을 넘는 데도 반나절이 걸린다.겨울로 들어서면서 눈·비가 자주 내렸는데,비가 조금만 내려도 자동차들은 진흙길에 빠져 허둥댄다.러시아군이 아프간을 점령했던 10년간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도이 때문이다.전투부대를 공격하지 않아도 보급품을 수송하는 헬기나 화물차를 공격한다면 정규군들은 굶어죽기 십상이다.
흙먼지 바람이 뼛속을 파고 들고,코 앞도 분간할 수 없는어둠이 닥쳐와도 동물적 감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무자헤딘이 즐비한 나라가 바로 아프간이다.그리고 그들은 ‘알라’가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전영우·이영표기자 anselmus@
아프가니스탄은 ‘무자헤딘’의 나라다.어디를 가나 무자헤딘으로 가득하다.무자헤딘이란 ‘지하드’(성스러운 전쟁)를 수행하는 전사를 뜻한다.
수백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졌던 이 나라는 모든 남자들이 무자헤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디서든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멘 남자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호자바우딘에서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도 이 도시를 경비하는무자헤딘들이었다.심지어 열너댓살 남짓한 소년들도 자신을‘무자헤딘’이라고 서슴없이 소개한다.상인과 농부,운전사가운데도 전투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쟁에 워낙 익숙한 탓인지 총알과 포탄이 오가는 치열한전투 속에서도 병사들은 오히려 여유있는 표정들이다.주변마을에도 전쟁에 아랑곳 않고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한가로운 모습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마을마다 민병대가 조직돼 있어 10대 초반의 어린아이들도총을 다룰 줄 안다.가족이나 친척이 죽음을 당하면 주저하지 않고 복수를 위해 군에 입대,무자헤딘이 된다.이러다 보니30대 중반에 이미 군 경력이 15∼20년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전투 경험이 많은 이들은 단위 부대의 ‘커맨더’(지휘관)가 된다.
‘키슘’이라는 마을에서 만난 18세의 소년 커맨더 마무드파히드는 탈레반에게 죽은 유명한 우즈베크족 커맨더의 아들이다.동료들이 파히드를 직접 커맨더로 선출했다.그리고 아버지뻘 되는 병사들도 자발적으로 이 소년 대장의 지시에 복종한다.웃을 때 볼에 보조개를 드러내는 이 잘 생긴 소년 대장은 나름대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 군대와 비교할 때 이들의 ‘군기’는 엉망이다.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도 있지만 대개는 ‘페란’이라는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웃옷과 ‘던번’이라는 한복 바지 같은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이처럼 옷도 제각각인데다 총을 거꾸로 메고 다니는 이도 많다.“총을 한번 보자”고 하면 쉽게 내어주고,“사진을 찍자”면 주저없이 허공에 대고 총을쏴 댄다.그러나 민간인들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일은 절대 없으며,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하다.
전 국토가 산악지대인 아프간은 오랜 전쟁으로 전기와 도로 등 사회 기반시설이 매우 취약하다.특히 산간에는 포장도로가 전혀 없어 해발 1,500m가 채 안되는 산을 넘는 데도 반나절이 걸린다.겨울로 들어서면서 눈·비가 자주 내렸는데,비가 조금만 내려도 자동차들은 진흙길에 빠져 허둥댄다.러시아군이 아프간을 점령했던 10년간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도이 때문이다.전투부대를 공격하지 않아도 보급품을 수송하는 헬기나 화물차를 공격한다면 정규군들은 굶어죽기 십상이다.
흙먼지 바람이 뼛속을 파고 들고,코 앞도 분간할 수 없는어둠이 닥쳐와도 동물적 감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무자헤딘이 즐비한 나라가 바로 아프간이다.그리고 그들은 ‘알라’가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전영우·이영표기자 anselmus@
2001-11-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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