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낙엽길 사색… 떠오르는 ‘아픈 역사’

남산, 낙엽길 사색… 떠오르는 ‘아픈 역사’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1-11-15 00:00
수정 200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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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남산은 인구 1,000만이 넘는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허파로서 시민들을 위한 천혜의 휴식처이다.조선왕조의 정궁(正宮)인 경복궁과 도심을 기준으로 볼 때 남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간명하게 이름붙여진 남산.높이 해발 268m로 산이라기 보다는 그저 정겨운고향의 뒷동산같은 산.그 남산이 지금 늦가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단장하고 있다.

서울시민들에게 더없이 귀한 휴식공간인 남산은 한꺼풀만 벗겨보면 우리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남산위의 저 소나무’는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으며,산중턱 곳곳도 이미 옛모습을 잃었다.구한말 이후50여년에 걸친 일제통치의 상채기 때문이다.서울 속의 ‘외딴섬’ 남산의 늦가을 낙엽길을 따라 남산의 아픈 역사를 더듬어보자.

남산 정상에 서면 서울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사람들이 남산을 찾는 이유는 대개 이 때문이다.80년대 후반에 나온 한 통계에 따르면,서울을 찾는 일본인들이 첫 방문지로 지금은 헐리고 없는 구 총독부 청사를,두번째로는 남산을 꼽았다.남산은 시내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지만 총독부 청사와 함께 일제통치의 ‘흔적’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한때 ‘남산살리기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을만큼 남산은 지난 역사속에서 극도로 훼손돼 왔다.그 가운데서도 서북쪽 중턱이 가장 심하게 훼손됐다.1905년 을사조약 강제체결후 일제는 경복궁과 서울도심을 한 눈에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의 요소,현 리라초등학교 일대에 한국통감부 청사를 세웠으며,1910년 한일병합 후에는 이 건물을 조선총독부 청사로 사용했다.서울역 역사가 준공되던 1925년 현 남산식물원 일대의 소나무숲을 깔아뭉개고 일본신(神)을 모신 ‘조선신궁’을 세웠다.이때 남산 정상에 있던 조선혼의 상징인 국사당은 인왕산으로 내쫓겼다.지금 그 터에는 항일투쟁의 상징격인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과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남산 서북쪽이 일제의 통치·종교기관이 들어서면서 황폐해졌다면 반대편,즉 장충단 일대는 일제가 공원화작업을통해 민족정기를 훼손했다고 할 수 있다.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희생당한 한국인 관리들의 충혼을 기려 고종의 지시로 건립된 ‘장충단’ 일대에 일제는 벚꽃나무를 심어왜색화(倭色化)한데 이어 인근 현 신라호텔 자리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기리는 박문사(博文寺)를 지어 조선의 충혼을 짓밟았다.

개항기 이후 일본인들은 남산 북쪽 자락 예장동·필동 일대를 왜성대(倭城臺)로 부르며 연고권을 행사했다.이곳은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남산 성벽을 넘어와 진을 쳤던 곳이며,구한말에는 일본공사관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일제당시 종로거리를 기준으로 남쪽 일대에 일본인들이 대거 밀집해 살았는데 최근까지도 필동 일대에는 왜식 민가가 즐비했었다.필동의 남산골 한옥마을은 일본군 헌병사령부가 진주했던 곳이며,인근 ‘한국의 집’은 조선총독부의 2인자인 정무총감 관저 자리다.남쪽 기슭 정도를 제외하고는 3면이 일제의 ‘상흔’으로 얼룩져 있다.휴식공간으로만 찾아가기에는 너무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 남산.그러나 이곳에는 이같은 역사를 알려주는 표지판하나 제대로 서 있지않다.

정운현기자 jwh59@.

■남산 최적의 산책코스는.

남산의 여러 등산로는 그 자체가 훌륭한 산책로다.또 남산 남쪽 중턱을 가로지르는 순환도로도 그에 버금간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산책로라면 차량이나 인파의 혼잡함에서 벗어나 사색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과연 남산에 그런 산책로가 있을까? 장충체육관 사거리에서 국립극장쪽으로 올라오다 타워호텔 맞은편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남산을 넘는 길이 나온다.이 길을 곧장 가면 남산타워를 지나 남산도서관 앞에 닿는다.인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으며,마치 깊은 산속같은 분위기여서 산책로로도 손색없다.그러나 경사가 가파른데다 빈번한 차량행렬로 조깅은 어렵다.

이 길 입구에는 오른쪽으로 포장도로 하나가 나 있다.바로 이 길을 산책·조깅코스로 강력 추천할만 하다.남산의북쪽 중간허리를 안고도는 길은 3∼4km 정도.차량통행도없는 데다 경사진 곳도 거의 없어 조깅코스로도 훌륭하다.

인근 주민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코스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호젓한 편이다.

이 코스는 무엇보다 걷는 이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마력같은 것이 있어서 좋다.한 100여 m를 가다보면 한 굽이가돌면서 또 새로운 길이 나타나 마치 사람과 길이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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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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