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칼럼] 국정, 큰 줄기를 놓치고 있다

[대한칼럼] 국정, 큰 줄기를 놓치고 있다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1-10-26 00:00
수정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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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극심한 ‘치고 받기’에 많은 국민들은 혐오감을 느낀 지 오래다.민생과 경제는 혼자 둥둥 떠내려 가는데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 정치는 없다.최근 폭로 정국은‘이용호 게이트’에 이어 제주경찰청의 정보문건 유출,그리고 검찰 고위간부의 ‘부적절한 동행’등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이같은 폭로 정치는 이제 막을 내린 10·25 국회의원 재·보선과 맞물려 악순환을 거듭했던 것이다.

야당의 의혹 부풀리기와 여당의 맞불 작전 및 일련의 즉흥적인 대응을 보면 정국 표류의 일차적인 책임은 여권에더 있는 것 같다.비록 여소야대의 원내 소수파 정권이라해도 여권은 의연한 자세와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여야 정치권이 폭로 정치로 극한 대치하는 원인은 어디에있는 것일까. 그것은 대체로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뭐니뭐니 해도 우리 정치의 고질인 ‘대권병(大權病)’에서 찾을 수 있다.모든 정치적 의제 설정이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향해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정치가풀어야 할 국정 현안이산적해 있는데도 대권에 유리하냐불리하냐의 자(尺)로만 재고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폭력사태까지 빚은 재·보선이 그토록혼탁한 것도 바로 ‘대권 수렴 현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둘째는 여권이 정치적 의제를 설정해 나가는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이는 야당의 정치적 쟁점화에 여당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야당에빼앗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말하자면 여권이 다양한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정부 각 부처의 지렛대를 제대로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지금 우리 앞에는 국정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수많은 국가적 과제들이 가로놓여 있는데도 손놓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한 대(對)테러 전쟁이 미칠 국제정치·경제적 환경 변화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과연 진지한 담론이 있었던가.뉴라운드 출범에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국내 산업체제의개편에 관한 정책 토론은 있었던가. 현 정권 이후까지 내다보는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한 초당적인 논의가 한번이라도 있었는가.정치권이 국정 중심 과제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는 것은 정치인의 직무 유기다.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것이다.

셋째는 야당과 언론이 국정의 핵심과 동떨어진 이슈를 비합리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여기에는 집권 여당이 국정을 주도적으로 운영 못하는 데도 이유가 있지만,야당의 정치적 이해와 족벌 언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언론의‘분풀이’성 보도 태도가 맞아떨어진 데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정치권과 언론이 국정의 큰 줄기를 정치·사회적중심 의제로 설정하지 않고,정략적으로 곁가지를 물고 늘어지고 세무조사에 대한 앙갚음이 지면에 밴 듯한 편벽된보도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된다.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유권자와 독자로부터 ‘뼈아픈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 난국은 여나 야를 위해서도 극복되어야 한다.그래서 노력하기에 따라 처방은 있다고 본다.먼저여권은 ‘문건 유출’등을 대통령임기 말에 불가피하게나타나는 권력 누수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여권의 각 시스템이 어떻게 협조하여 어떤수순에 따라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재점검해야한다.위기관리 매뉴얼을 점검,보완하고,총체적인 조정기능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여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 이득에 함몰될 때가 아니다.특히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정국 운영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때 국민의 지지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이밖에 정치인이나 사회의 지도층이 매사에 금도(襟度)를 보이고,보스정치의 타성에 젖어온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낮은 자세로 극복할 때 정치권은 국정의 큰 줄기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경형 논설위원실장 khlee@
2001-10-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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