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특파원 아프간 르포 “밥은 굶어도 학교는 안빠져요”

전영우특파원 아프간 르포 “밥은 굶어도 학교는 안빠져요”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2001-10-24 00:00
수정 200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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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꼭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나처럼 가난한아이들을 가르칠래요” 비비오이나(10·여)는 음식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많지만 학교는 절대 빼먹지 않는다.배움만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탈출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아프가니스탄 동북부 호자바우딘 근처의 나워보드에 있는 난민촌 초등학교에다니는 그녀의 꿈은 과학 교사가 되는 것. 얼굴에는 진흙이 덕지덕지 말라붙고, 신발도 없이 맨발로 다니지만 눈망울만은 초롱초롱하다.

북부동맹의 세력권에 자리잡은 이 난민촌에서만 1,000여명의 어린이들이 주린 배를 움켜쥔 채 향학열을 불태우고있다.모두 32학급이 있지만 교실이 모자라 오전에는 480여명의 여학생들이,오후에는 500여명의 남학생들이 2부제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라고는 하지만 책상도 의자도 없다.진흙과 흙벽돌,밀짚을 섞어 지은 단층 건물에 ‘브리오’라고 하는 밀짚 돗자리와 칠판이 시설의 전부다.흙바닥이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뽀얗게 먼지가 피어오르는 건물 안은 책을 보기도 힘들정도로 어둡다. 창문이 있지만 유리를 끼지 못해 비바람을막을 수도 없다.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의 ‘천막학교’를 옮겨놓은 듯하다.

교과서를 가진 학생은 3분의 1 정도.나머지는 친구의 책을 힐끗힐끗 훔쳐볼 수밖에 없다.교과서래야 조잡한 인쇄물 몇 장에 판지로 표지를 만들어 얼기설기 엮은 것.그래도 교과서를 가진 어린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들의 책가방은 미국이 뿌리는 원조식량 주머니.어린이들은 ‘인도적 일일 배급 식량’(Humanitarian Daily Ration)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노란색 비닐 주머니 책가방을 메고 매일 학교로 향한다. 이 학교의 교사는 32명.14명이 여교사다.대졸자도 있지만,고졸,고교 중퇴자도 많다.하루에4시간씩 국어인 ‘다리’어와 수학,과학 등을 가르치지만월급은 없다.정부의 보조금도 없을 뿐더러 수업료를 낼 형편이 되는 학생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배움에 대한 자세는 진지하기만 하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칠판을 주시하며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교사가 질문이라도 하면 서로 대답하겠다고 손을 들며 큰 소리로 “저요,저요”를 외친다.

보즈 모하마드(40) 교장은 “어린이들은 이 나라의 유일한 희망”이라면서 “이들이 배움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필과 공책,책상,의자 등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호자바우딘 전영우 특파원 anselmus@
2001-10-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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