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선언] 프리랜서의 고충

[여성 선언] 프리랜서의 고충

임성민 기자 기자
입력 2001-10-22 00:00
수정 2001-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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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일을 하면서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은 일보다는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은 내게 맞으면 즐겁게하면 되고, 그러지 않으면 능력적 한계를 깨고자 노력하면서 극복해 나가다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어려움은 풀리기마련이다.하지만 인간관계는 그러지 않다.조직생활을 하는직장인들은 그런 고충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신입사원이건 중견사원이건 혹은 간부이건 간에 위치에 따라서 각기다른 고민들이 있기 마련이다.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직장 내에 아직도 군대식의 문화가 남아 있기에 선후배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행동하면서개인이 절대 튀어서도 안된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는 마음이 편할까.결코 그러지 않다.특히나 한국사회에서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아직은 시스템적으로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다.인간관계를 벗어나 일로만 승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어떠한 프로젝트를 놓고전혀 모르던 프로들끼리 만나 마음껏 각자의 끼를 펼치고친분에 상관없이 현장에서 철저히 일로 승부를 한다. 그리고 나서 마음이통하는 동료를 만나면 친해질 수도 있고소위 ‘패밀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이야기이지 현실은 그러지 않을 때가많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신용이나 신뢰,능력보다는 인맥이 우선시된다.그래서 회식이 많다.어떻게든 아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치고 어울려 먹고 마시며,이성보다는 감성적으로,아니 감정적으로 관계를 쌓는다.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다짜고짜 “형님”하면 어렵던 사이가 그저 ‘만사 오케이’가 된다.여기에는‘합리적’이라는 단어나 ‘논리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다만 즉흥적인 ‘막무가내 정신’만이 살아 있을 뿐이다.도대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언제쯤버릴 수 있을는지.

나는 직업의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난다.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낯선 곳에서 참을 수 없이 어색한 분위기 중에 촬영을 하는 경우가 흔한 편이다.그런데 현장에서 만나는 스태프들은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자기들끼리만 쑥덕거리고 처음 온 사람에게 시선도 마주치려하지 않을 때가비일비재하다.한마디로 ‘왕따’를 시킨다.낯선 사람을 봤을 때 먼저 미소를 던지려고 하지 않는다.친절은커녕 탐색하고 경계하는 눈빛이 감돈다.오히려 붙임성 좋게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거는 사람을 과장된 제스처를 하는 사람인양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경우도 있다.

새록새록,처음 대면하는 순간 정말 ‘잘’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마음 편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하면서 사람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일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보다 몇배 더 심하기 때문이다.상대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따뜻하게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내가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웃지 않으면 첫 만남에서의 썰렁한분위기를 쉽사리 깰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사람들을 만나 작업을 한다.그 사람들 마음속에 나를 만난것을 감사하며 기쁨으로 여기고 신나게 일하게 되기를 바란다.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임성민 방송인

2001-1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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