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이다.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한 뒤 날씨에서부터 말머리를 풀었다.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요즘 민심 어때요?”라며 슬쩍 화제를 돌렸다.거울 너머로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이내 표정이 굳어졌다.“왜요? 요즘 나라가 복잡하잖아요.언론사태나 추미애의원과 소설가 이문열씨의 논쟁,그리고 법조인들의 결의문 발표 등에 대해 뭐라고들 하나요”라고 재차 물었다.
“몰라요.”퉁명스럽기가 마치 뺑덕어멈 같다.그대로 물러서기도 쑥스러워 “왜 몰라요.방송이나 신문들이 연일 떠드는데?”라고 되물었다.“아니 정말 몰라서 물어요.요즘 손님들 택시 타면 아무말도 안해요.뭐가 흥이 나서 떠들고 자시고 합니까? 정치라면 넌더리를 내요.모두 배부르니까 하는 수작들이지.중산층이 무너진지 오래예요.살기가 얼마나힘든데.모두들 죽을 맛이지요.정치하는 양반네들,말로만 경제를 떠들지 실상을 압니까.그네들 욕해봐야 심성만 나빠지고 입만 거칠어 집니다.”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이번 주 3차례 택시를 탔는데,매번엇비슷한 반응이었다.
대중목욕탕 안이다.벤처업체와 술집들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뒷골목에 위치한 곳이다.사무실과 가까워 자주이용한다.두어달 전부터 흥미있는 현상이 발견됐다.동네 아줌마들로 보이는 여자들이 적게는 10여명,많게는 20여명 정도씩 떼지어 화투판을 벌이는 것이다.하도 이상해 주인에게 물었다.“모두 이 동네에서 조그만 술집이나 밥집,구멍가게를 하는 아줌마들이에요.하도 장사가 안되니 낮에 목욕탕에서 1,000∼2,000원이라도 따기 위해 내기판을 벌이는 거죠.그냥 심심풀이에요.우두커니 빈 가게 지켜봐야 무엇합니까.요즘 이 동네 불경기는 말도 못해요.오후 4∼5시면 목욕을 하고 출근하던 술집아가씨들도 거의 없어졌잖아요.최악이에요”라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다.
“아하! 그랬었구나.그래서 식당에 낮이나 밤이나 빈 자리가 많았었구나”.벤처타운의 불경기는 서민층의 목덜미도 함께 조르고 있었다.
찻집 안이다.언론계 후배를 만났다.신문사를 그만 두고 싶단다.아니,그만두지 않아도 저절로 퇴출될 것이란다.서울에만 이 불경기에 십여종이 넘는 종합지가있으니,큰 신문사에 M&A 당하거나 부도로 문 닫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민이라나.어차피 지금 정치인들 꼴을보면,차기 정권도 희망이 없으니 자식이라도 희망있는 나라에서 키우고 싶단다.참 뛰어난 후배인데.차마 잡을 명분을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나라 정치인들은 택시도 안타고,대중목욕탕에도 가지 않는가.기자를 만나도 권력에 눈먼 기자들만 만나는가.어느 매체에서도 민생을 걱정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다.아무리 정당의 존립 목적이 집권에 있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모두 차기 대권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벌써부터 자천타천 차기 대권급 주자라는 인물이 십여명에 달한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서민들만 불쌍하다.중산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어떤 백화점의 세일행사가 매출 신기록을보였다는 화제성 기사는 먼 이웃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언론사 세무조사도,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도 관심이 없다.
작가 공선옥씨는 최근 펴낸 ‘수수밭으로 오세요’에서 “적자생존의 세계,시쳇말로 잘난 사람들의 세상은 ‘아비 마음’이고,못나고 한없이 못 배우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사회·경제·정치적으로 제도적 보호를 해주는 것이 바로‘어미 마음’”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인들은 아비 마음인가,어미 마음인가.어미 마음을 가진 정치인을 보고 싶다.그래야 국민들이 다시 정치를사랑하게 된다.택시기사도 잃어버린 말을 되찾는다.대중목욕탕에서 죽치고 앉아 화투장 집어든 아낙네들도 제 위치로 돌아간다.
지금,상당수 국민들의 가슴에 절망이 가득하다.아는가 모르는가.여·야 지도급 인사들의 지지율이 왜 20%에도 미치지 못하는가를.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 행 디 인포메이션 대표
“몰라요.”퉁명스럽기가 마치 뺑덕어멈 같다.그대로 물러서기도 쑥스러워 “왜 몰라요.방송이나 신문들이 연일 떠드는데?”라고 되물었다.“아니 정말 몰라서 물어요.요즘 손님들 택시 타면 아무말도 안해요.뭐가 흥이 나서 떠들고 자시고 합니까? 정치라면 넌더리를 내요.모두 배부르니까 하는 수작들이지.중산층이 무너진지 오래예요.살기가 얼마나힘든데.모두들 죽을 맛이지요.정치하는 양반네들,말로만 경제를 떠들지 실상을 압니까.그네들 욕해봐야 심성만 나빠지고 입만 거칠어 집니다.”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이번 주 3차례 택시를 탔는데,매번엇비슷한 반응이었다.
대중목욕탕 안이다.벤처업체와 술집들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뒷골목에 위치한 곳이다.사무실과 가까워 자주이용한다.두어달 전부터 흥미있는 현상이 발견됐다.동네 아줌마들로 보이는 여자들이 적게는 10여명,많게는 20여명 정도씩 떼지어 화투판을 벌이는 것이다.하도 이상해 주인에게 물었다.“모두 이 동네에서 조그만 술집이나 밥집,구멍가게를 하는 아줌마들이에요.하도 장사가 안되니 낮에 목욕탕에서 1,000∼2,000원이라도 따기 위해 내기판을 벌이는 거죠.그냥 심심풀이에요.우두커니 빈 가게 지켜봐야 무엇합니까.요즘 이 동네 불경기는 말도 못해요.오후 4∼5시면 목욕을 하고 출근하던 술집아가씨들도 거의 없어졌잖아요.최악이에요”라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다.
“아하! 그랬었구나.그래서 식당에 낮이나 밤이나 빈 자리가 많았었구나”.벤처타운의 불경기는 서민층의 목덜미도 함께 조르고 있었다.
찻집 안이다.언론계 후배를 만났다.신문사를 그만 두고 싶단다.아니,그만두지 않아도 저절로 퇴출될 것이란다.서울에만 이 불경기에 십여종이 넘는 종합지가있으니,큰 신문사에 M&A 당하거나 부도로 문 닫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민이라나.어차피 지금 정치인들 꼴을보면,차기 정권도 희망이 없으니 자식이라도 희망있는 나라에서 키우고 싶단다.참 뛰어난 후배인데.차마 잡을 명분을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나라 정치인들은 택시도 안타고,대중목욕탕에도 가지 않는가.기자를 만나도 권력에 눈먼 기자들만 만나는가.어느 매체에서도 민생을 걱정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찾을 수 없다.아무리 정당의 존립 목적이 집권에 있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모두 차기 대권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벌써부터 자천타천 차기 대권급 주자라는 인물이 십여명에 달한다.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서민들만 불쌍하다.중산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어떤 백화점의 세일행사가 매출 신기록을보였다는 화제성 기사는 먼 이웃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언론사 세무조사도,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도 관심이 없다.
작가 공선옥씨는 최근 펴낸 ‘수수밭으로 오세요’에서 “적자생존의 세계,시쳇말로 잘난 사람들의 세상은 ‘아비 마음’이고,못나고 한없이 못 배우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사회·경제·정치적으로 제도적 보호를 해주는 것이 바로‘어미 마음’”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인들은 아비 마음인가,어미 마음인가.어미 마음을 가진 정치인을 보고 싶다.그래야 국민들이 다시 정치를사랑하게 된다.택시기사도 잃어버린 말을 되찾는다.대중목욕탕에서 죽치고 앉아 화투장 집어든 아낙네들도 제 위치로 돌아간다.
지금,상당수 국민들의 가슴에 절망이 가득하다.아는가 모르는가.여·야 지도급 인사들의 지지율이 왜 20%에도 미치지 못하는가를.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 행 디 인포메이션 대표
2001-07-28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