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누구를 위한 금감원인가

[오늘의 눈] 누구를 위한 금감원인가

박현갑 기자 기자
입력 2001-07-23 00:00
수정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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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금융공급자(은행)와 금융소비자(고객)의 이해가 엇갈릴 때 어느 편에 서야 할까.금융소비자의 편에서금융공급자를 감독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의 행태를 보면 과연 금융수요자 보호를 위한 기관인지,금융회사 보호에 앞장서는 기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금감원은 지난 20일 은행들의 금융상품 공시실태를 조사해12개 은행에서 21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그중에는 실제금리가 연 13.9∼22%(대출기간 1∼2년 이내)인 대출상품을아무런 근거없이 실부담 이자율 7.68%라고 허위·과장 광고한 은행도 포함됐다.금감원은 이를 발표하면서 위반행위의 내용만 공표하고 행위의 주체는 명시하지 않았다.기자가어느 은행인지를 물었으나 담당자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은행경영을 감독하는 입장에서 해당 은행의 공신력도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이렇게 물었다.“7.68%에 대출받으려고 이 은행을 찾았다가 속았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그 담당자는 “계약시점에서는 실제 대출금리를 밝히고있어 피해사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고객으로서는 은행 창구 직원과 입씨름하다 돈이 필요하면 대출받고,속은게 기분나쁘다면 그냥 나오면 그만이라는 뜻인가.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 배포한 자동차보험료 자유화관련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고객들이 일일이 11곳의 보험사 상품내용을 비교하지 않으면 감독원이 밝힌 최고 113만여원의 차이가 나는 보험상품을 어느 회사에서 취급하는지찾기란 쉽지 않다.

관계자는 “실제로는 담보내용이 다르고 가입조건에 따라보험료가 다를 수 있어 회사명을 알리면 가입자에게 상황을제대로 알리지 않게 되는 데다 특정 회사를 편드는 꼴이 된다”고 해명한다.

금감원이 피감독회사의 입장을 헤아려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그러나 그로 인해 고객에게 불편과 불이익이 돌아갈 우려가 없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것이 순서다.이 때문에 금감원이 열심히 일하고도 욕을 얻어먹는 경우가 생긴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박현갑 경제팀 기자 eagleduo@
2001-07-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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