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섣부른 경기부양의 함정

[대한광장] 섣부른 경기부양의 함정

조동근 기자 기자
입력 2001-07-21 00:00
수정 200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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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하반기 들어 아시아 각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우리 정부는 최근에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올해의목표 성장률을 4∼5%로 하향 수정했다.우리나라를 비롯한아시아 각국 경기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경제선진국의 경제불황이다.

특히 미국의 IT산업에 대한 투자감소와 반도체 시장의 극심한 침체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정작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는 경기순환뿐만 아니라 그동안 경기부양으로 구조조정에 소홀하여 구조와 순환 양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올해 초 경기부양 논쟁에서 정부는 이른바 구조개혁 기조하의 ‘제한적 경기부양론’이라는 절충안을 채택했다.제한적 경기부양론의 명분은 경제안정화론으로,그 핵심은 IMF 위기 극복과정에서 일시에 과도하게 발행돼 만기가 집중된 회사채의 처리문제였다.

또한 대외경제 환경의 악화에 따른 내수진작의 필요성과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개혁피로를 덜어주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 등이 경기부양론을 뒷받침했다.이를 위해 정부는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도입했고,금리인하,증시부양,예산 조기집행 그리고 최근의 추경예산편성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그러나 지지부진한구조조정 탓으로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제고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또한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의 동시추진은 정합(整合)적인 정책조합이 될 수 없다.회사채 신속인수는 수혜 기업의 도덕적해이를 유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특정기업의차환(借換)에 대한 정부지원으로 비춰져 통상마찰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저금리는 기업의 투자지출을 촉진하지 못한 채 빚많은 한계기업의 수명만 연장해 주었다.사전적 의도와 무관하게 경기부양책은 결과적으로 부실정리를 통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와 경제체질 강화에 역행하였으며,나아가 구조개혁의 정책기조에 혼선을 초래하여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정부는 지난 13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추경예산과 각종 사업자금의 조기집행을 통해 투자를 촉진하여 내수를 부추기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그러나작금의 투자부진이 자금부족과 금리 때문이 아니라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개선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할 때,설비자금 조건완화가 투자로 연결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정부가 구조개혁에 소홀하고 경기부양에만 매달리면우리경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압축되는 일본식 복합불황의 함정에 빠질 수 있음에 깊이 유념해야 한다.따라서단기간의 성장과실에 집착하는 섣부른 경기부양은 경계해야 한다.

경제에는 왕도가 없다.진정한 번영을 누리려면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족쇄를 끊어내야 한다.일관된 원칙에 의거,구조조정과 부실정리가 마무리될 때 경제의 불확실성이제거되고 경제체질이 굳건해질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힘과 절차’에 따라 상시적으로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스템의 안착이 중요하다.또한 민간부문의 활력이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경제는 일종의 심리이기 때문에,정부가 경제자유가 인정되는 사(私)영역을 존중하고 경쟁이 질식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다수에 의해 소수의 지배를 막아주면,시장경제의 역동성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경기부양론의 이면에는 시장의 자율조정과 규율기능에 대한 암묵적 노파심과 함께 정부의 계획 및 조직능력에 대해과신이 깔려 있다.그러나 정부능력에 대한 과신은 위험한발상이다. 설령 정부의 경제관리 능력이 탁월하다손 치더라도,민간이 정부의 경기부양에 순치되면 민간의 활력과창의력은 저상되며,정부의 ‘보이는 손’에 의존하는 타성에 젖을 수밖에 없다.따라서 작금의 위기를 벗는 유일한길은,민간부문의 활력을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것이다.최근 미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전망이 비관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린스펀이 아닌 ‘시장의 역동성’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투자정보대학원장
2001-07-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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