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토미히로(星野富弘·55).그는 ‘꽃의 시화전’이란 이름으로 일본 전역에서 200여 차례나 전시를 연 중견 화가다.지난 91년 고향인 군마현 세타군 아즈마무라 쿠사키댐 부근에 건립된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는 해마다 1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온다.그의 그림은 소박하다.지인들이 가져다 준 화분이나 꽃다발,뜰에 핀 꽃나무,산책길에서 만난들꽃을 붓가는대로 그린다.그리고 시를 곁들인다.
그의 작품이 유달리 가슴에 와닿는 것은 그가 목 아래를전혀 쓸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된 지 두 달만에 사고를 당했다.체조수업도중 공중제비를 돌다 떨어진 것.하지만 기독교에 귀의하고 시와 그림에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으면서 그는 다시 태어났다.그 고난의 터널을 뚫고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의 생활을 그린 자서전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김유곤 옮김)과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이윤정 옮김)가 문학사상사에서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20년 전에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일본에서 각각 140만권과 200만권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만목수참(滿目愁慘).졸지에 장애의 늪에 빠진 그의 눈에잡히는 모든 것은 시름겹고 참혹했다.그러나 부조리해 보이는 세상의 온갖 현상들이 하나님의 의지 안에서 질서지워져 있음을 깨달으면서 그는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마침내 우주 만물 속에 구현된 신의 섭리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고 장애마저 자신의 삶의 조건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것이다.그 마음결에 꽃이 어리어 그림이 되고 시가 됐다.
그의 그림과 시는 이제 온갖 삶의 질곡을 털어버리고 바람과 함께 훨훨 하늘로 날아오른다.“들판을 지나는 바람이뺨을 스치고,내 상념은 언제나 바람이 됩니다.나는 꽃잎을어루만지고 민들레 홀씨와 함께 하늘을 날아올라 옥수수 잎사귀를 사각이다가,나뭇잎을 한 잎 한 잎 뒤적이며 초록빛산을 오릅니다.” 투명한 서정이 감도는 그의 글에는 삶에대한 반듯하고 서늘한 시선이 스며 있다.
그의 시는 시라기 보다는 차라리 일상의 단상처럼 읽힌다.
어찌 보면 사물에 대한 즉물적 심상을간결한 시형 속에 담아내는 하이쿠(俳句)같기도 하다.하지만 상징시의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다.담담함 속에서 배어나는 풍성한 속뜻이 구절구절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우리에게 재앙이 도둑처럼 찾아온다면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조그만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비관으로 치닫는 나약한 현대인들에게 그의 글은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김종면기자
그의 작품이 유달리 가슴에 와닿는 것은 그가 목 아래를전혀 쓸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된 지 두 달만에 사고를 당했다.체조수업도중 공중제비를 돌다 떨어진 것.하지만 기독교에 귀의하고 시와 그림에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으면서 그는 다시 태어났다.그 고난의 터널을 뚫고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의 생활을 그린 자서전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김유곤 옮김)과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이윤정 옮김)가 문학사상사에서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20년 전에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일본에서 각각 140만권과 200만권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만목수참(滿目愁慘).졸지에 장애의 늪에 빠진 그의 눈에잡히는 모든 것은 시름겹고 참혹했다.그러나 부조리해 보이는 세상의 온갖 현상들이 하나님의 의지 안에서 질서지워져 있음을 깨달으면서 그는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마침내 우주 만물 속에 구현된 신의 섭리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고 장애마저 자신의 삶의 조건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것이다.그 마음결에 꽃이 어리어 그림이 되고 시가 됐다.
그의 그림과 시는 이제 온갖 삶의 질곡을 털어버리고 바람과 함께 훨훨 하늘로 날아오른다.“들판을 지나는 바람이뺨을 스치고,내 상념은 언제나 바람이 됩니다.나는 꽃잎을어루만지고 민들레 홀씨와 함께 하늘을 날아올라 옥수수 잎사귀를 사각이다가,나뭇잎을 한 잎 한 잎 뒤적이며 초록빛산을 오릅니다.” 투명한 서정이 감도는 그의 글에는 삶에대한 반듯하고 서늘한 시선이 스며 있다.
그의 시는 시라기 보다는 차라리 일상의 단상처럼 읽힌다.
어찌 보면 사물에 대한 즉물적 심상을간결한 시형 속에 담아내는 하이쿠(俳句)같기도 하다.하지만 상징시의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다.담담함 속에서 배어나는 풍성한 속뜻이 구절구절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우리에게 재앙이 도둑처럼 찾아온다면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조그만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비관으로 치닫는 나약한 현대인들에게 그의 글은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김종면기자
2001-06-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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